2ème période/en cours

몽파르나스의 KIKI

zamsoobu 2015. 5. 5. 18:14




LES AUTRES GENS 타인들 ; THOMAS Cadène


가난한 여자가 부자인 남자가 결혼했을 때, 여자는 '창녀'가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가난한 여자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만화책( Les autres gens ; 타인들 )에서 보았다. 그 대사가 머릿속에 맴돈다.


 얼마전에 'KIKI' 라는 만화책을 보았다. 아마 2년 즈음 되는 것 같다. 이 만화책을 보고 싶어 늘 책방에서도 서재에 잘 꽂혀있는지, 존재만 간신히 확인하고 25유로의 가격표를 보고 내려놓곤 했던 그 책이다. 이 책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다른 만화 시리즈 물을 독파하기 위해, 심지어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30유로의 등록비를 내고 회원 가입을 하고 말았다. 문 여는 시간도 들쑥 날쑥해서 이용하기 어렵고, 보유한 책도 얼마 없는 이 도서관에 단지, 만화책 시리즈를 독파하기 위해서 등록을 했다니, 스스로 곱씹어볼수록 '나란 존재는, 참 돈 버는 재주는 없어도, 돈 쓰는 재주는 기막히게 타고났다'.


 프랑스의 만화책이란, 미국의 그래픽노벨 과 비슷하게 줄거리, 그림체, 구성 등이 성인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침대에서 귤이라도 까먹으면서 대강 보던 우리나라 만화책과는 다르게, 전공서적 보듯이 집중해서 봐야 한다. 더욱이 외국어이니,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읽다보니 술술 읽혀지지 않는다. 가끔 말풍선 안에 대사는 심지어 필기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책 BANDE DESSINé 를 찾는 이유는

; 현실적인 이야기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 인위적으로 드라마적 장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들에서 드러나는 그야말로 사소한 감정들을 보여준다. 아마 억지스러운 설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간을 안한 음식을 먹는 것처럼,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꾸밈이 없이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스타일은 보다 '친근하다'.

; 그래픽적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 다양한 뎃셍작가들은 나름의 스타일을 가지고, 같은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림체나 사건을 연출하는 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여운을 가진다 )

; 구어체 표현을 배울 수 있다. ( 이건 다소, 문법책을 파고 들 시간에, 만화책을 읽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더는 합리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보면서 받아들이는 데 시간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좋아한다.


' KIKI' 는 어떻게 보면, 당시의 '창녀'와 '직업 모델'이란 평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녀는 1920년대 몽파르나스 Montparnasse 에서 누드 모델 일을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건너온 만 레이 Man Ray 와 동거를 하며, 다른 작가와도 관계를 가지곤 했다. 나는 그녀의 일생을 다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린 만화책을 보면서, 어떤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녀는 가난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녀의 기질을 바꾸지 못했다. 그녀는 떠나고 싶을 때 떠났으며, 머무르고 싶을 때 머물렀다.


그런 그녀의 말로는 씁쓸했다. 그녀는 수종으로 인해 온몸이 퉁퉁 부었다. 그리고 파리에서 옛연인인 Man Ray 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녀를 보는 그의 시선, 그녀의 다소 과장된 표정, 한 손에 들려있던 술병 등이 만화체이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했다. 그녀는 끝까지 그녀 자신 이었던 것이다. 결코, 남의 평판이나 시선에 좌우되지 않은 진정한 '자유부인' 이었다.


Jadis, un miroir suffisait  (Je ris de me voir si belle) Aujourd'hui; c'est à travers l'apparente diversité des télé-choses à voir que nous voulons surprendre la trace de notre présence imaginaire, même sous la forme du regard. Ce que nous voyons nous renvoie notre image, celle de ceux qui veulent, comme disait John Berger, (voir le voir).

예전에, 거울은 스스로를 비추면서 아름답다 여기며 웃는 것으로 충분했다. 오늘에서는 ; 다양하게 변모하는 텔레비전을 보며 상상적 존재로서 자신을 본다. 존 버거가 언급했듯이, 우리는 이미지로써 보고싶어하는 것을 볼 뿐이다. (보는 것을 보다).


59p; 6 octobre 1987 SERGE DANEY , LE Salaire du Zappe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