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식당 문 바깥으로 보이는 집.
철창 덧문으로 늘 닫혀있는데, 가끔 창문이 열릴 때가 있다.
그 문이 열리면, 0층에 사는 저 남자는 얼굴 한가득 먹구름을 드리우고, 그보다 검은 고양이를 옆구리에 끼고 담배를 피운다.>
지난 화요일에는 꿈을 꾸었다. 총격전에 쫓기면서 도망가는 꿈이었다. 나는 겨우 기어다니며 총알을 피해다니면서도, 개싸이코 총잡이의 마음도 동시에 느껴지는 이상한 개꿈이었다. 아무튼 그러고 난 후, 그로부터 7시간 뒤, 오후 1시 30분 나는 학교 화장실에 문고리가 고장이 나서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다. 다행히 다른 학생들이 관리자 아저씨를 불러주어서 만능열쇠로 열고서야 화장실에서 '탈출'을 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3시 30분까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가야하기 때문에, 아는 동생편으로 편지를 부탁했다. 그날 교수와 대면하여 2학기 수업 등록을 해야 하는 날인데, 나는 부득이 하게 레스토랑 서빙일을 하는 사람이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이 빌어먹을 형식적인 신체 검사를 위해 의료센터에 가야만 했다. 문제는 이 신체검사날짜는 3일전에 바꿀 수가 있었는데, 사장이 통지서를 2일 전인 월요일이 되어서야 내게 말해줬다는 사실이다. 보물단지도 아닌 데, 꼭꼭 피씨에 담아두고 있다가 말하지 못할 비밀이라도 되는 양 아껴두고 있다가, 이렇게 '짠'하고 내게 말해준 것이다.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십장생...
그렇게 아는 동생에게 눈치 보며 간곡하게 '잘 전해달라' 부탁한 그 등록 편지는 결국 교수에게 전달이 되지 못했다. 왜? 그 동생이 페인트공에게 집문을 열어줘야 되서 하필이면 급하게 학교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그 때에. 이 개꿈보다 더한 개같이 일이 꼬이는 날이다.
속으로 욕이 분수같이 쏟아져나오면서도, 3학년 진급은 물 건너 같구나라는 생각에 허탈하다. 아직, 교수에게 메일을 보낸 것에 대한 답장은 받지 못했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첫 단추를 잘못 껴서 일이 몽땅 틀어진 것처럼.
빌어먹을 그 신체검사 때문에, 아니 그 통지서를 엿먹으라는 것처럼 변경도 못하는 날에 준 고용주 덕분에, 운수좋은 날을 보내고 있다.
꿈해몽을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총격전은 자신의 앞날을 가로막는 듯한 지인이나 주변 사람들로 인해 난항을 겪을 운세이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