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msoobu 2014. 9. 2. 17:20





이전에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 둘씩 하게 되면서 이제는 생각한다. '그것만이어야만 한다'고 고집부렸던 생각도 점점 희미해진다.

뭐냐면, '그림'만이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그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점 '실제적인 현실'에는 가까워지고 있다. 체감하기로는 '고난'이 더 맞는 말이겠지만.


6월부터 주중에는 한식당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호텔에서 일을 하는 참이다. 한식당에서 하는 일이란게 보통 2-3명에 할당되는 일ㅡ손님 안내 및 주문, 음료 서빙, 음식 설명 및 서빙, 청소, 계산, 물컵이나 디저트 접시 설겆이 등등.을 한명이 맡아서 하는 것이고,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정도'로 힘들기에, 상대적으로 주말에서 하는 일은 편하게 느껴진다. 


평소에 내가 믿고 있는 운명론 중의 하나는 '무언가를 바라고 기도하는 순간부터 그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며,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식당일이 정말 힘들다' 라고 생각만 할 뿐, 실상 그만두어야 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는 말이 더 맞겠다. 왜냐면 호텔일 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 호텔에서 주중에 일하는 다른 직원이 9월 3주간 한국으로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 빈자리에 일을 하지 않겠냐며 사장님이 제안을 했다. 나의 대답은? 감사합니다!

물론 9월부터 학교에 가기 시작한 이후에도 매일 빠짐없이 출근을 해야 한다는 조건과 11시에 일이 끝난 후 걷게 되는 94지역 파리 외곽의 이 동네길이 유쾌하진 않다는 사실이 미심쩍었지만, 그런 것들을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두말없이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인연이 맺기는 쉬울 지 몰라도, 끊을 때는 단칼에 이뤄지지 않는 것을 실감한다. 원래 식당에서 일하는 인원은 3명인데, 나와 J가 있고, 8월 바캉스 이전에 결혼을 앞두고 그만둔 사람의 공석을 이번 주 새로운 한명이 와서 채우고 있는 중이다. 아직 인수인계도 안 끝난 참이라, 식당은 조금 어수선하다.


어쨌든 이런 사실은 불편하지만 빨리 말하는 게 상책이다. 여지 없이 손님이 들끓던 금요일, 23시라는 공식 퇴근 시간은 가볍게 넘기고, 자정을 넘기는 때에 새로온 직원이 같이 정리를 하는 와중에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사장님은 역시 내가 예상을 했던 대로 '그렇게 되면 골치 아파진다' 라며 난색을 표하셨고, 나 조차도 어떻게 변명을 갖다붙이지 못한 채 '사장님 화 나셨어요? 죄송합니다'라며 이해를 구했다.


내가 주중 저녁에 호텔일을 하게 되면, 나를 제외한 다른 두명이 시간을 조정하여 해야 되는 데, 만약 두명 모두가 공교롭게 어느 하루 저녁을 못하게 되면 대체할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토요일점심 시간 저녁 시간 을 다 하더라도, 시간표를 짜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가 식당의 J는 고정적으로 화,수요일을 나갈 수 없다고 이미 진작부터 이야기를 한 터라, 문제는 새로운 사람이 '반드시 화,수요일 저녁을 도맡아야 한다'는 것인데, 실상 타지에서 불안정하게 사는 학생들이라 '반드시'라는 게 불가능하다. 결론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이 호텔일을 선택한 것이다.


토요일 찌뿌둥한 아침에 식당 사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은 '왜 내가 잠수부씨에게 이렇게 연연하는 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운을 떼었다. J 와 다시 한번 시간을 맞추도록 조율을 해보자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이런 말을 하였다. '나를 보면 작은 새 같다...' '사장님 화나셨어요...'라는 말을 했을 때, 마음에 와닿았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에 눈물이 흘렀다. 이유는 모르겠다. 우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다는 말이 맞겠다.


식당 사장님은 그 이전부터 왠지 모르게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말들을 내게 한다. 쉽게 내보이지 않는 나를 깊이 보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들킨 것처럼, 속살을 불시에 내보인 것처럼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과 그에 대한 슬픔이 뭉쳐서 나오고 만 것이다.

그건 그냥 내 진짜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