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2011-2024)♬안녕, 영화야(;Bonsoir, Cinéma!

La Vie d'Artiste /2007/ Marc Filoussi

zamsoobu 2010. 6. 18. 10:47


코라 (Cora)는 샹송가수가 되고 싶지만, 현재 가라오케바에서 매니저를 하고 있다.
알리스(Alice)는 영화배우가 되서 이름을 날리고 싶지만, 현재 망가 여탐정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있다.
베르트랑(Bertrand)은 새 소설을 집필하는데 전념하고 싶지만,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코라는 달린다. 
우스꽝스러운 하마인형탈을 쓰고 거리에서 레스토랑 전단지를 돌리다 우연히 유명작곡가를 만났을때
코라는 달린다. 그녀에게 동앗줄과도 같은 데모테잎을 주기 위해
뒤뚱거리며 달린다.
코라는 달린다. 자신이 꿈꿨떤 부드럽고 멋진 샹송을 부르게 될 것이 아니라, 우스꽝스럽고 유쾌한 노래만이
이 작곡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전부임을 알고 그 자리를 피해 달린다.

알리스는 말한다. 그녀의 열정을 시들게 하는 어두컴컴한 녹음실에서
납작한 이미지의 여형사의 목소리를 흉내낸다. 
알리스는 말한다. 에이전시에 자신을 캐스팅해줄 것을 말한다.

베르트랑은 적어넣는다. 교사를 악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학생들을 상대하느라
퉁명스러워진 얼굴로
자신의 소설에 단 한마디 칭찬을 한 학생에게 조금 후한 점수를 채점란에 적어넣는다.
베르트랑은 그 학생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각 세사람의 예비예술가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각기 생존하기 위한 수단을 따로 마련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늘 부족해서 마음에 충만한 희열을 가져다 줄 그 무엇을 갈구하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아마 같은 처지의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최악으로 비참하지는 않지만
최고라고 말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비극이다.

각각의 사소한 장면들, 녹음실 엔지니어가 신경질적인 폭발로 당황스럽게 한다든지,
눈치없이 추근대는 동료나,
코라가 일하는 레스토랑의 깐깐한 매니저가 가진 각각의 캐릭터는
그저 지나칠 수 있지만. 슬며시 웃게 만든다.
내 기억에도 남아 있는 사소하면서 유사한 기억들.
예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진실성은 그저 소모적이고
허상을 뒤쫓는 광인처럼, 빈 벽을 마주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얼빠진 사람처럼
비추어질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시선을 유지하지만
동시에 그안에는 연민도 있다. 
그렇기에 결말은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맺을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다.

결국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내 친구가 알리스의 삶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대기실 화장대의 전구조명이 망가팬클럽의 사진플래쉬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세상의 일반적인 논리다.

편집장과의 계약하는 순간보다 자신을 동조하는 유일한 팬과 식사를 하는 순간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누구나 품는 객관적인 이성이다.


만약 행복이 조각을 맞춰서 완성해야만 하는 퍼즐그림같다면, 일반적인 평범함과 그럴만한 이성을 뺀 조각으로
아마 항상 미완성의 그것으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
그 미완성도 하나의 그럴듯한 행복이라 여기는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어디에서 평안을 찾을까 

못난 성질을 무기로 세상의 흐름과 반대로 사는 외곩수 같지만
내적이면서 거대한 명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 주위의 사소한 관심과 배려로
오히려 살아갈 이유를 찾는 그들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가난뱅이처럼
이름을 알리고 싶은 아마추어예술가.

가난뱅이는 부자가 될 수 없었고
예술가는 아집의 포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