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msoobu 2015. 10. 28. 16:32



  요즘은 매일이 나 자신을 시험하는 날이다.

  어디까지 버틸수 있을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미 흔들리고 있는 모든 물음에 앞서는 것은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지만 이 '가치'라는 것은 후에 결과를 놓고 판단할 일이니, 결국 모든 물음표는 미지수에 그치고 만다.

저번주 목요일, 금요일 22일 23일 10월 에는 한국 영화 포럼 (Colloque des films coréens) 이 생 드니 시네시티 ( La cité du cinéma ) 에서 열렸다. 목요일은 평소처럼 식당 서빙일을 하느라 못갔고, 금요일은 일주일에 한번 학교 수업이 있다고 겨우 자유 시간을 낸지라 포럼에 참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회자가 금요일 수업인 '메이드 인 헐리우드'의 교수인 조엘 오그로 인지라, 더욱 참여해야 한다고 몇주전부터 마음 먹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9시 30붙 부터 시작한 포럼이었지만, 아침에 눈을 뜨니 이미 10시가 다되어 가는 마당.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1시간 가량 걸려 도착한 시네시티는 궁륭의 높은 천장, 갈색의 철골조에서 일단 웅장한 인상을 준다. 알고보니, 이전의 차고를 개조하여 재건축을 시작해 2012년 완공된 곳으로 뤼미에르 고등영화학교를 나란히 하고, 대형 스튜디오, 오디토리움 등 여러 부속 건물이 모여있는 종합 영화 단지이다. 이런 곳에서 '한국 영화 포럼'을 한다는 게 조금은 어깨가 으쓱 으쓱.


내가 참여한 회차에서는 교수 박희태가 발제한  '한국 인디 영화의 어제와 오늘' 과 교수 앙투안이 발제한 '한국 영화의 특질' 등이었다. 마치 대학생 학부때 '전공 수업'의 프랑스어판을 듣는 듯한 가운데, 30여명 즘 되는, 강의실에 앉아있는 나름 애정과 의무감으로 자리에 참석한 몇몇의 얼굴을 보자니 반가움이 앞선다. 애초에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집중해야 하는 부담감이 무색하게 어느새 오후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고, 곧 만찬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호텔 알바를 가야했기에 자리를 떠야 했다.


일주일 내내 알바에 찌들어 있다가, 마치 영화와 관련한 단어. 문장, 어떤 형이상학 적 이론의 샤워를 하고 개운해지는 듯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환기'효과를 느끼고 있는 스스로의 처지를 연민하다가, 다시 힘을 내야 한다고 위안하고 만다. 


점심 휴식 시간에, 오르세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중앙홀( 오르세도 기차역을 개축한 것이니, 차고를 개축한 이 시티가 떠오른 게 당연할 지도) 을 둘러보면서, 마치 대기업 휴게실을 연상시키는 학생 식당에 들어가 샐러드 한 접시와 요거트를 하나 집어들고 계산대에 서니, 금발의 중년여성이 내게 하는 말. 12유로. (한화로 15,000 원 정도)

당연히 4유로 안팎이라고 생각했던 학생 메뉴가 12유로이다. 젠장.

마냥 멀끔한 외관에 감탄하며 여기 학교(뤼미에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부럽다고  여기고 있던 어리숙한 내게 현실의 망치가 내려치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