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msoobu 2017. 9. 27. 17:33

Jeu de paume 쥬드폼

에드 반 데르 엘스켄 Ed Van der Elsken


지인이 지극하게 감명받았다하여 전시 끝나기 바로 직전에 부랴부랴 찾아간다. 사진 전시는 전시를 보는 내내, 언제나 '관찰자'로서의 위치를 상기시킨다. 마주한 세계. 혹은 오브제를 '대상'으로만 인지할 뿐. '너'와 '나'는 같을 수 없다.

그 대상을 '어떻게', '어떤 시각'으로 재현해나가는가, 다만 사진가는 슛팅하는 자신의 '의도적 행위'를 인지하고, 스스로도 주지시킨다. 자신도 미처 모르는 사이. 




깊은 심도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질감이 아니라, 잿빛 먼지에 휩싸인 듯.

아련하면서도 냉랭한 도시의 멜랑콜리






이국적 풍광을 대하는 유러피안의 시각. 전형적. 그네들에게는 지극한 일상일 뿐.

이데올로기와는 상관없는 펄떡거리는 생선들의 볼륨감이 비디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전면에 중심을 강하게 잡고, 뒤로는 풍경을 날린다. 회화적 구성. 발튀스 Balthus 







어수선하고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 인물들의 시선과 움직임의 방향이 각기 다른 점이 한 몫함.




아프리카에 체류할 때, 원주민 어린아이에게 자신을 그려보라고 했다는데, 사진촬영이 안되는 열악한 조건을 작품으로 승화한 작가의 기지와 재치. 순발력.




빛의 난산효과를 대담하게도 전면으로 내세운다. 다소 유치해질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명암이 충분하게 깔려있고, 좌측하단에 화면에 끼어든 검은 형상이 지루함을 깨는 역활.












암스텔담의 주변인들, 히피족, 바이커들, 길거리 음악가들, 정키들을 찍으며 '이색적 단편'들을 촬영했다고 하는데, 사진이 전하는 정서는 굉장히 명쾌하다. 밝다. '부정적' 풍경을 담을 때 조차도 작가가 '긍정적' 시각을 잃지않았다는 인상.  












얼마나 댄디한가. 그 '반짝 반짝거리는 재기'에 문득 질투가 나면서도, 이렇게 노선을 정했기에, 뭇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겠지 라고 인정하고만다. 사진집도 꽤 많이 출판한 모양이다. 표지도 얼마나 심플하고 세련미가 뚝뚝 흐른다.













영화적 미장센을 떠올린다. 특히 데이비드 린치의 색감. 푸른 네온 사인과 적색 인공조명의 겹침. 키치적 장식. 트윈 픽스. 




몽파르나스에서 열렸던 누드모델 대회라는데, 이런게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 이제 겨우 전쟁끝나고, 먹고 사는 보릿고개를 죽는 둥 사는 둥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을때. 이네들은 이렇게 태평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전시 작품의 퀄리티는 좋았지만, 이모저모 화면구성이나 질감이나 조명의 다양한 실험 등등의 사례로 따져보는 재미도 있었으나, 

완전히 개인취향은 아닌 걸로.

왠지 모르게 코끝에 맺히는 부르주아의 버터향이 살짝 거북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