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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ai Ming-Liang 차이밍량 인터뷰(카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éma)

침묵을 향하여

 

현재 감독님의 3작품을 보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아주 멀게 느껴져요, 안본지 꽤 된것같은데요. 하지만 그 작품이 나를 결정짓게 해준 건 분명합니다.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여정의 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그간의 영화 청소년 나타 (青少年哪吒 ,1992), 하류 (河流 ,1997)를 보면, 점점 급진적인 변화를 겪는 것같은 인상인데요.

그건 장식이 비슷하거나 배우가 겹친다고 해서 연속성이 있다는 말은 아닐 겁니다. 청소년 나타는 보다 현실적인 뉘앙스이고, 애정만세(愛情萬歲, 1994) 는 보다 연극적이죠; 그리고 하류는 보다 상징적이구요.

 

애정만세하류에서 보면 금기없는 섹슈얼리티 묘사가 돋보이는 데요. 근친상간을 다룬 점에서요. 당시에 대만에서 반응은 어땠습니까?

관객이 아주 적긴 했지만, 소란이 있긴 했었어요. 하지만 도덕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혹은 스타가 안나와서, 대만과 사람들에대한 너무 어두운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을 문제삼았었죠. 내 작품 중 유일한 흥행작은 흔들리는 구름(天邊一朵雲, 2005) 이었는데, 가장 에로묘사를 잘 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수위가 다르긴 하겠지만 어쨌든 포르노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갔는데, 정작 실망하고 사기당했다는 생각으로 나왔거든요!

흥행은 안좋았지만 영화작업을 계속 해오셨는데요.

많은 예술가 지인들이 나를 지지해주었어요. 영화시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때론 나만의 배급방식을 고안해내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거긴 지금 몇시니? (你那边几点,2000) 개봉 당시 직접 표를 팔러 길거리나 대학가에 나선 적도 있습니다. 늘 내 자유와 시장조건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려고 했고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감독님 영화를 보면 배우 이강성 과의 강한 연결고리가 느껴지는 데요.

이강성과 처음 작업을 할 때는 그와 이렇게 30여년동안 계속할 지 몰랐었습니다. 텔레비전 영화(All the Corners of the World, 1989 ndlr)를 위해 만났을 때, 다른 배우와는 너무 다른 개성과 느린 속도감이 낯설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결국 매혹되었고, 나의 내면을 투영하는 거울이 되었죠. 내 영화의 형식, 리듬 등 많은 부분이 그에게 기대어있어요.

몸을 구성하고 조직하는 배우이상으로, 감독님은 몇해 동안 내면의 변화를 겪는 몸을 관찰하는 것 같은 인상인데요.

하류 에서 동요되었던 건, 그의 몸이 나이가 먹어가면서 드러내는 어떤 잔인함의 형태, 진화같은 것이었죠. 아무도 상업영화에서 삶의 잔인한 면을 보고싶어하지 않죠. 하지만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진실입니다.

데이즈 (Days, 2020 )에서는 하류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리가 고통을 다스리는 다양한 방법을 보여주는 건데요.

하류에서는 리가 몇년 전부터 계속된 목 통증으로 인해 기울어진 자세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요. 그를 병원에 데리고 간 경험을 영화에 쓴거죠. 데이즈는 5,6년전에 다른 영화를 찍는 동안에 있었던 일에 대한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리는 3,4년간 계속 고통을 겪었고, 다큐멘터리가 그의 신체에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했어요. 그의 증세가 호전되어 가는 것을 보면서 감흥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가 물리치료를 받으로 가는 길에 치료과정을 영화로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던 겁니다.

 

데이즈 는 그런 탄생 스토리가 있군요?

처음에는, 영화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미술관에 전시할 목적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일이 일어났어요; 다른 배우, 태국에서 일하는 라오스인 을 만났는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그의 몸짓이 너무 아름다운 것을 발견했죠. 특히 그가 요리를 할때 더욱 그랬죠. 그를 찍기 위해 태국으로 갔어요. 그러다보니 이 두명과 어떤 것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한명은 자신의 병든 몸 안에 갇혀있고, 다른 한명은 자유롭지만 타일랜드에서 속박받는 삶을 살고 있죠. 이 이미지가 픽션을 만들고 엔딩으로 이어진 거죠.

 

몇해동안, 감독님은 더욱 더 초안에 가까워지는 느낌인데요, 혹은 침묵이나 정지 의 개념에요. 데이즈에서는 대화도 없으니까요.

내게 주요한 것은 이미지예요. 내용물보다 형식 자체가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시선, 의미를 움직이게 하고 싶고 대화가 거기에 방해가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느리거나 고정되어있거나, 시점을 복잡하게 하지 않으면서 결국 관객이 극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거죠.

 

떠돌이개 (郊遊, 2013)을 보면 감독님은 완전히 픽션에 대한 믿음을 버린 것 같아보이는데요.

절대 영화가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무엇보다 관심있었던 것은, 몸, 감각에 관한 것이예요. 떠돌이개 이후에 권태감이 너무 심해서, 시나리오를 쓰고싶지도 않았어요. 관객으로서도 시나리오는 정수와는 거리가 먼 인위적인 것 그 이상 그 이하고 아니었어요. 더 이상 쓰고싶지 않았죠.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건 상상력을 넓히기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초안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반대로 영화 구멍(洞, 1998) , 흔들리는 구름 을 보면 코메디뮤지컬씬과 유머가 있는데요.  이건 반대되는 면 아닌가요; 환상과 원기왕성한 에너지. 완전히 이 쪽을 버리신 건가요?

당시에 보다 많은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싶었어요, 상업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나는 얼마나 많은 수의 관객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그런 생각도 없고, 시장 쪽과도 너무 멀어졌죠. 흘러간 노래도 많이 듣고 코메디 뮤지컬도 좋아하므로, 이런 면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죠. 하지만 심플함을 추구하기에, 또 독립적이고 자유로워지길 바랬기에, 촬영일정이나 현장의 조건에 얽매이지 않길 원했기에 그런겁니다. 작업을 하면서, 한 젊은이가 데이즈의 사진촬영을 하는데, 내게 작은 카메라로 찍게 했죠. 순간 무언가 분명해졌어요. 현재 내가 추구하는 바가 잘 드러난 작품은 Your Face 예요. 13명의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데 나는 그저 오랫동안 관찰하고 인물 속에 그들을 가두지 않는거죠.

 

안녕 용문객잔 (不散,2003) 에서 영화관이 문을 닫는데요. 최근 몇년 동안은 미술관들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동안의 진전상황이 보통의 극장보다 다른 곳으로 감독님을 이끈 것 아닌가요.

안녕 용문객잔 이후에 미술관에서 협업을 하자고 요청을 한겁니다. 우선 여러 기술적 면에서 미술관을 선호하는 데; 작가 입장에서 완전히 조건을 마련해주고, 공간과 시간을 통제하면서도 관객이 자신의 위치를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점은 미술관에서 작품은 박스오피스와는 무관하게 존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예요.

 

베를린 페스티벌에서 큰 스크린으로 데이즈 를 보았는데요.  이 영화는 완전히 그 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주요한데, 프랑스에서는 텔레비전으로밖에 방영되지 않습니다. 무언가 정수를 잃은 것 아닌가요.

데이즈 배급에 큰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팬데믹 때문에요.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드라이브 영화관이나 야외극장에서 상영되었어요. 이 영화를 차 안에서 본다고 생각해봐요! 모든 음향적 디테일이 사라질 겁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미술관이나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이죠. 퀄리티를 제어할 수 있는 조건에서요.

 

감독님은 고독감, 고립감, 전염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하셨는데, 현 상황에 대한 프로젝트는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마스크를 씌운 채로 배우들을 연기하게 할 수 없어요. 그러기에 얼굴이 좋고, 거기에서 표현되는 바가 좋아요. 내게 팬데믹은 공허, 허무에 가깝습니다. 유일하게 하고싶은 것은 쉬거나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인터뷰어 Marcos Uzal 

인터뷰일.2020년 12월 7일

불한번역; 잠수부

출처; 카이에뒤시네마 2021년.1월지 #7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