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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27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 호빗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 호빗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한 장르에서 돋보이던 장점이 다른 장르로 넘어왔을 때 그러한 장점이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와 뮤지컬이라. 나라면 뮤지컬 한 편 볼 돈으로 영화 두세편을 볼 수 있다. 너무 무식하고 빈티나는 생각일 지 모르겠다. 하지만 동시에 벌어지는 무대와 공감하면서 감상하는 뮤지컬과 스크린에 제한되는 2차원적 스펙타클인 영화는 그 비교 자체가 사실 의미가 없다.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뮤지컬로, 다시 영화화 한 작품이다. 원작의 문학적 완성도에 뿌리내린 뮤지컬은 그야말로 돌풍을 몰고다녔다. 아쉽게도 나는 그 뮤지컬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로나마 그 감동을 느껴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극장을 찾았다. 사전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채 극장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지라, 처음에 군집을 이뤄서 노래를 하는 데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 뮤지컬 영화구나. 그리고 곧바로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왜 나는 뮤지컬에 감동하지 않는가. 노래를 감상하는 청감각이 퇴화된 것일까. 뮤지컬의 화려하고 유려하게 흥을 돋우는 분위기에 감응하지 못하는 것인가. 


마치 하루 한끼 꼭 밥을 먹어야 하는 김치맨처럼, 희고 부드러운 크림 스파게티를 어색해하는 촌년처럼. 나는 뮤지컬이 부담스럽다. 아주 슬픈 장면, 이제 막 시작한 연인들이 헤어지는 장면에서도 떨리는 입술에서 나오는 노래가락은 너무나 아름답고, 동료들이 모두 전투에서 피흘리며 죽어갈 때에도 그 비통한 눈은 운율과 가락을 계산하고 있다는 것이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페라 극장의 벨벳 의자보다 어느 이름 모를 락밴드가 공연하는 클럽의 구석진 자리가 더 편안한 것이다. 백화점의 물건 따위를 숭배하는 듯 전력을 다해 불을 밝히는 조명보다 후미진 골목 저 멀리 새어나오는 노오란 할로겐등이 더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오페라 극장에서 뛰쳐나오거나 백화점의 물건 따위에 돈을 절대 안쓰겠다는 주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 레미제라블 영화는 책으로 읽었을 때, 정말 무언가 비참한 생활을 엿보기라도 한 듯 답답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의 피할 수 없는 답답함이라기보다, 나의 현실과 그들의 것이 엄연히 다르다는 안도감이 섞여있는 일종의 편안한 답답함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오히려 '모조리 날 것으로 보여주고 말테다'라는 영화의 의지와는 반대로 아무 것도 본 것 같이 않은 공허함만이 남는다. 이 경우에서 뮤지컬과 영화의 결합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일종의 신파적 타령에 불과하다. 이토록 내가 혹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프랑스 혁명'과 '인간애' 혹은 '희생적이고 보답을 바라지 않는 무한 사랑'이란 고귀한 가치가 뮤지컬이란 장르에 파묻혀서 때문이다. 
아니면 옆집 철수가 서울가서 영희를 만났는데, 둘이 연애하다가 헤어졌다더라 카더라는 동네 사랑방 통신으로 이야기 구조가 축소된 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겠다.

 

그에 반해 호빗 은 그나마 낫다고 할 수 있겠다. 워낙 '반지의 제왕' 시리즈 때, 톨킨의 저서를 탐독하고, 같이 보러 가자는 이 하나 없어도 극장에 가서 챙겨보며 극성을 떨었던 지라, 왠만한 실망감은 그저 넘어가주리라 생각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 잘하지' 혹은 '나 돈 많다' 라고 과시하는 듯한 영화를 3시간에 육박하는 기나긴 시간 동안이나 바라 보는 거 자체가 고역일 지 모른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도 봤는데. 그리고 '피터 잭슨'이 만들었는 데.

어느 평론가가 이 영화에는 '반지의 제왕'에 있던 '엣지'가 없다 했다. 그 말이 확실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 겠다. '반지의 제왕'은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인물들 간의 갈등 구조가 굉장히 다양했다. 같은 호빗 족 중에서도 오히려 주인공인 프로도는 존재감이 희미했지만, 그의 충성심 깊은 친구 샘이나 장난스런 친구 메리, 피핀 등 각각의 개성이 너무도 뚜렷했고, 원정대의 각각 부족을 대표하는 인물들도 각각의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며 말했기 때문에 거대한 충돌 씬을 제외한 '쉬어가는 씬'에서 그 여백을 채우며 재미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호빗'은 비교적 인물의 갈등 구조가 단순하다.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으려는 난쟁이족, 그들을 제거하려는 오크족, 그리고 외로운 산의 용. 이 삼각 구도와 빌보가 있다. 그러면 그런 '쉬어가는 씬'에서는 어떤 요소가 포진해 있는가. HFR 방식의 입체적 시감각일까. 알맹이가 없이 껍질을 만끽하려하다보니, 짐짓 이야기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위한 이야기라는 인상이 든다.

물론, 4000원을 아껴보자는 심산으로 새벽 6시에 일어나 왕십리까지 7시 상영 시간을 맞추려고 종종걸음을 치며 달려간 궁상이 아깝지 않다. 왜냐하면 영화 후반부 나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하나의 감각을 스크린을 통해 유사하게나마 느꼈기 때문이다. 

바로 나는 꿈. 장엄하고 미려한 산야를 부드러우면서 빠르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나는 꿈이다. 가끔 꿈 속에서는 고장난 중고차처럼 덜덜 거리며 속도가 안나던 나의 날개가 바로 이 영화 속에서는 새들과 함께 훨훨 퍼덕이고 있었다. 마치 이 몇 분간의 쾌락을 위해 몇백분의 허리통증을 견디어 온 것처럼. 나는 앞으로 계속될 '호빗' 시리즈를 기다리겠다.

 


<셜록 시리즈에서 봤던 .  닥터 왓슨은 굉장히 이성적이며 현실적이다. '빌보'도 현실적이지만, 닥터 왓슨은 전쟁의 트라우마라는 그늘을 가지고 있다는 게 큰 차이이다. 
하지만 차가워보이는 이면에 특유의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셜록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호빗'에서는 이보다 더 쾌할하며, 은근히 뒷북치는 타입이다.
하지만 역시, 사건 해결에 있어 결정적 한방을 가지고 있는 위기와 기회에 강한 타입이기도 하다.>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뮤지컬, 모든 뮤지컬이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적어도 레미제라블 뮤지컬 영화와 나 사이에는 그러한 벽이 있다>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

감독. 각복 : 톰 후퍼Tom Hooper

 

배우

: 휴 잭맨Hugh Jackman (장발장 역)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판틴 역)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 (자베르 역)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 (코제트 역)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 (테나르디에 부인 역)

사챠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 (테나르디에 역)
 
에디 레드메인Eddie Redmayne (마리우스 역)
 
사만다 바크스Samantha Barks (에포닌 역)
각본 :

 

윌리엄 니콜슨 William Nicholson ,빅토르 위고 Victor Hugo (원작)

 
제작 :

 

팀 베번 Tim Bevan에릭 펠너 Eric Fellner ,

캐머런 맥킨토시 Cameron Mackintosh ,데브라 헤이워드 Debra Hayward (제작)

 
촬영 :
대니 코엔 Danny Cohen

 

 

 

호빗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감독 :


피터 잭슨Peter Jackson

배우 :

이안 맥켈런Ian McKellen (간달프 역)


마틴 프리먼Martin Freeman (빌보 배긴스 역)


리처드 아미티지Richard Armitage (소린 역)

제임스 네스빗James Nesbitt (보푸르 역)

켄 스콧Ken Stott (발린 역)

실베스터 맥코이Sylvester McCoy (라다가스트 역)


배리 험프리즈Barry Humphries (고블린 왕 역)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갈라드리엘 역)

 

각본 :

필리파 보엔스 Philippa Boyens ,피터 잭슨 Peter Jackson ,

길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 프란 월쉬 Fran Walsh , J.R.R. 톨킨 J.R.R. Tolkien (원작)

 

 

켄 카민스 Ken Kamins (총제작)캐롤린 마크스 블랙우드 Carolyn Marks Blackwood (총제작)캐롤린 커닝햄 Carolynne Cunningham (제작)로라 지스킨 Laura Ziskin (제작)아비 아라드 Avi Arad (제작)피터 잭슨 Peter Jackson (제작)프란 월쉬 Fran Walsh (제작)필리파 보엔스 Philippa Boyens (공동제작)

 

 

캘럼 그린 Callum Greene (기획)제인 웨이너 Zane Weiner (기획)앨런 혼 ALAN HORN (기획)토비 에머리치 Toby Emmerich (기획)

 

 

촬영 :

앤드류 레즈니 Andrew Les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