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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07 쥬드폼 전시_Jeu de paume

쥬드폼 전시_Jeu de paume

쥬드폼 전시


역시 전시 종료 하루 전날에 부랴부랴 간다.


사진 전시는 설치나 회화 전시보다는 사실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는다. 오리지널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선 판화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테마를 가지고 엄선된 곡들로 잘 정렬된 컴플리에이션 앨범이 또다른 감동을 주듯, 사진전은 그런 재미가 있다. 예상하는 것과는 늘 다른 재미가 있다. 


세 명의 사진 작가.


요셉 수덱 (Josef Sudek)

창가로 보이는 세계 Le monde à ma fenêtre










체코의 프라하. 세계 대전 이후 황폐하고 황량한 도시의 정경.


작가 고유의 디테일. 


명도 단계가 0(흑)에서 10(백)까지라면, 거기에서 양 끄트머리를 떼고, 6에서 0까지도(밝은 부분) 떼어버리고, 아주 낮은 콘트라스트로 버무려진 가운데에서, 석판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묘한 디테일로 사진은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이건 '좋은 사진'은 아니다. 아니, 그보다는 예시가 굉장한, 표준화된 '좋은 사진'은 아니다. 콘트라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일 때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유리창에 맺힌 물방울과 어른거리는 성에를 같이 프레임에 남는다. 또 하나의 주연이자 조연이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다.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같은 아틀리에에서 타임슬랩처럼, 시간차를 두고 촬영을 했다. 무심하게 서 있는 나무가 계절마다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 한다. 













왠지 제목을 짓고 싶다.

'빈자의 식탁' 


간소하면서, 그 소박함이 오히려 인상에 오래 남는다. 가짓수가 적을 수록 그 대상에 더 집중하게 때문이다.

고유의 형태감, 고유의 질감, 고유의 구도와 어우러짐.





새벽의 푸르름.


창문에 두근거리며 살랑거리는 자수 커텐


바닥의 정사각형 포석.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그림자.

무심히 드러나는 기하학. 


Joana Hadjithomas & Khalil Joreige

빛의 기억 
(Se souvenir de la lumière)




관광 엽서 형식으로 '전쟁 엽서'를 전시관람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작가의 아이러니와 조롱섞인 웃음.



포로 감옥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사용하던 소소한 물건들. 공예품.




전쟁 중 사망한 군인들의 초상 사진. 얼굴의 표정을 지우고,


의도적으로 익명성을 강조함. 


필름 아카이브.


하나하나 장소와 날짜를 기록하며 상자를 채워나갔을 작가의 모습이 상상된다



수중을 떠도는 다색의 천.


움직이고 있는 대상은 정작 목적이 없는데,


그곳을 바라보고 있는 상대는 정작 목적을 만들려고 한다, 의식적으로.


'설마 아무 의미없이 이런 영상을 찍었겠어?' 라는 의구심으로.



Guan Xiao.
 Prévisions météo Satellite 9 : 

une proposition de Heidi Ballet


기대를 한 체코 작가가 감수성에 치우쳐, 다소 여성지 표지 스러운 느낌으로 실망을 안겨준 반면, 기대를 전혀 하지 않은 중국 작가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감흥을 준다. 


'메타 사진'. 


'사진'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게 하면서, 우리가 뭔가를 볼 때, 그 '이미지에 따라 의식이 좇아가는 현상' 등을 이용한다.


작가는 삼면 으로 사진을 배치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이미지를 넘어서 계속 생각하도록 부추긴다. 임의적으로 선택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도면밀하게    


선택되었을 그것들을 보며, 생각한다. 생각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