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면서) 버린 물건 #4 ;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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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챘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안경재비다.
그리고 안경을 좋아한다.
스스로 내 외모를 생각하기에 다소 인상이 밋밋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경으로 멋을 부리려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 준비가 안 된 민낯을 너무 과한 안경으로 덮으려는 의도로 인해
'너드.머저리. 찌질이. 공부벌레'처럼 더 못나 보일 때가 많다.
나는 왜 못 쓰게 된 안경을 버리지 못했는가.
아마 또 어느새 애착 관계를 가지게 됐는 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누군가 '김구 안경'이라고 부르는 호피 무늬 안경을 쓰고 다닌다.
다른 안경을 새로 맞추고 싶지만
나중에 라식 수술인가 라섹 수술인가를 하기 위해 돈을 허트루 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안경에 대한 욕심은 많은 데 항상 쪼들리다보니
싸구려 중국산 안경테를 사게 된다. 그러다보니 툭 하면 부러지고,
어느 안경은 그런 나를 조롱하듯 귓등을 꽈악 조여서 내 피가 안통하도록 한다.
나중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이다.
작년 겨울 즈음에는 유난히 이 중국산 안경이 잘 부러져서 단골안경집에 자주 가게 되었는데
직원이 나를 조금 무시한다. 이런 장난감은 사지 말라고.
어설픈 중국산을 만드는 중국에서 온 지갑이 두둑한 중국인들을
상대로 하더니 나같은 푼돈거리 고객은 눈에 차지도 않는 듯 하다.
그래도 속으로 비싸기만 하지, 멋이라고는 당신 눈꼽만큼도 없는
여기 안경들보다는 낫소. 라고 되받아친다.
그러고는 겉으로는 만원만 깎아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