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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1-15

10월 11일

금요일.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시간은 간다. 김통역사가 내게 적대적이기로 결심한 이후 어떻게 한주가 가나 싶었는데, 결국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사이시간을 빼면 그녀와 부딪힐 순간은 거의 없으므로 하루 90분 정도의 거부감은 일일 통역비를 생각했을 때 어느정도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생각하기 나름이라 그런가, 의지는 마음을 이긴다. 적어도 마음이 이기기 전까지는.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까지 거리가 먼 이유로 꼭 한번 들리는 데, 문을 나가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멈칫. 김통역사와 사무실 맞은편에 있는 원익 이란 회사의 통역업무를 맡고 있는 최통역사가 화장실로 들어온 것이다. 화장실 칸을 나가지 않고 그들의 대화를 듣는다.

 

“아니, 그래서 내가 일주일 애들보러 가니까 나는 나차장님 현장 오는 첫 주를 피해서 다음주에 간다고 한거지, 그런데 자기도 학교때문에 3일 빠져야 된다는거야. 뭐, 부담은 되겠지, 저번달에도 하루 빠졌으니까. 그런데 내가 한 조언이 부담스럽다는 거야, 나는 상관없어, 휴무할 수도 있지. 그런데 좋은 말을 해주는데 부담스럽다면 그럼 안해야지. 어디 무서워서 말을 하겠냐고.

그리고 내가 말한 용어집을 못하겠다는 거야, 시간이 없다고, 아니 한달이나 줬는데! 그러고는 못하겠다는 거야, 그니까 그런거지. 니까짓게 뭔데 자기한테 시키냐는 거 아니냐고”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그녀의 말에 최통역사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으면서 듣는 듯했다. 점점 멀어지는 말소리에 나는 그제서야 화장실 칸 밖으로 나오면서, 왜 이런 싸구려 드라마의 한복판에 놓여져있는가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녀가 쓴 단어들, <<지까짓게>>,<<무서워서>>이 한껏 상황을 저속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조언을 그만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한 말에 이렇게까지 과잉반응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해되지 않더라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라고 넘기면 된다. 그녀의 사고방식과 감정대응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단지 멀어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방금전 내가 그자리에서 화장실칸을 박차고 나가면서,

“아니 지금 무슨이야기하시는거예욧?” 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덧없이 상상해본다.

몇일전 최통역사에게 김통역사와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하자, 최통역사가 한 말이 스쳐간다.

“민영씨만 그런게 아니야, 다른 통역사하고도 몇번 그랬어. 걔는 나이도 먹었으면서 왜 그렇게 유치한지 몰라…”

“왜 이렇게까지 하는 지 모르겠고, 이렇게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심정상 너무 힘드네요.“

”그러니까, 걔가 자꾸 다른 통역사를 견제하잖아.“

 

그녀때문에 괴롭지만 내가 타인을 뒷담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 껄끄럽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가 이 상황이 놀랍지않다고 하니 적잖이 안심이 되면서도, 그래도 해결되는 부분은 없다. 나는 처음부터 빈 공간이 없는 사람처럼 거리를 지켰어야했을까? 그녀가 ‘살기 위해’ 본인의 감정을 내게 토해냈다면, 나도 ‘살기 위해’ 그 감정을 받아내지 않은 것이다. 각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부딪히기 전에 적정선에서 멈추자고 한 것. 그녀는 자신의 ‘호의’가 ‘거절’된 것에 발작과도 같은 거부감을 손끝까지 표현하고 있다. 

저도 내 자신의 초라함을 보고 견디는 것, 내 자신이 하찮게 다뤄지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나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

 

 10월 15일 

무례함은 프로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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