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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1 비행기에서

비행기에서

pm 5 ; 공항으로 마중나오신 엄마, 엄마 동네 친구분, 엄마 볼링 친구분.이 떠나시고 순간적인 고독감을 느낌. 인천공항을 한번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수레를 이끌고 다님.

남의 떡이 커보인다했는가. 둘이 혹은 서넛 무리지어 다니는 여행객들을 잠시 부러워했지만, 홀로이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위안.

 

pm 5-5;30 ; 아무래도 공항에서 RER B선을 타고 Bourg la reine 까지, 그것도 거의 40kg에 육박하는 짐과 함께 이동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함. 픽업서비스를 메일로 신청함.

 

pm 5;30-6;30 ; 국제선탑승구로 가는 도중 서점이 눈에 띔. 수화물 무게를 맞추느라 빼버린 여행책이 당장 필요할 것 같아 구입.

 

잠시 책장 사이에 빠져, 아차 싶은 마음에 서둘러 국제선탑승구로 향함.

 

게이트를 확인하고 역시 저가항공 답게 지지리도 멀리 떨어져있구나...

 

탑승해야 할 EVA 항공 게이트는 트레인을 타고 이동함. 

7시30분에 게이트를 통해 비행기 좌석을 찾았는데, 대만항공이라 키티가 귀염스럽고 천진난만하게, 나의 걱정과는 상관없이 바라보고 있음.

 

7시 40분에 출발이라더니, 8시에야 출발함. 사방에 대만인들이 쏼라쏼라. 이런 것이 군중 속의 고독감인가. 내 옆에 앉은 사람은 무뚝뚝한 표정이 일품인 아주머니 한분이 팔짱을 끼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뒷 좌석에는 대만여자인 듯한 아가씨가 느리지만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하는 어투로 영어를 한다.

 

한국에서 대만까지 1시간 30분 예정. 40여분이 지나자 기내식이 나온다. 메뉴는...소세지 2조각과 미트소스를 끼얹은 밥, 치즈타르트, 느끼하다. 야채볶음 조차도. 키티 캐릭터가 새겨진 분홍색 플라스틱 포크로 자유를 외치며 나뒹굴고 있는 밥알들을 모으고 있자니 한심스러운 마음이 든다.

 

어찌하다보니 대만 도착이다. 이 비행기에는 이륙할 때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맸는지 신경을 별로 안쓰는 듯 하다.

 

뒤의 여자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린다.

"I like night flight."

 

잠시 졸다가 깬 탓에 몽롱하다. 사람들을 따라서 나가

 다시 항공사 카운터에 내 항공권을 내밀자, 손으로 환승장 게이트 가는 길을 가리킨다.

"Right now?"

"Yes."

 

시간을 보니 아직 1시간 40여분을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 둘 혹은 셋인 경우 서로 이야기를 하고, 혼자인 경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들여다본다.

나도 모르게 베낭을 베게 삼아, 수화물을 이불 삼아 옆으로 몸을 기대어본다. 눈을 떠보니, 아직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화장실이나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주섬주섬 일어나 일을 보고 나온다. 이제 사람들이 입구로 하나둘 들어간다. 나도 앞사람이 하는 대로 여권을 꺼내려는 찰나.

 식겁했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식은땀이 났다.

가방을 화장실에 놓고 온 것이다.

여권 및 주민등록증, 신용카드, 아이패드, 등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놓고 올 만큼, 나는 정신을 놓은 것이다. 부랴부랴 11kg배낭을 마치 안 맨 것처럼, 뛰어갔다.

다행이 가방은 그자리에 있었다.

 

탑승게이트에 오자 인천-대만 의 경로보다 4배에 달하는 승객들이다. 거의 유럽인이 대부분이며 아시아인, 특히 대만인이 2-30프로이다.

 

이제 장장 15시간의 비행을 견디어내는 일이 남았다.

 

의외로 이 점은 쉽게 해결이 되었다. 자리에 앉고 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든 것이다. 중간에 기내식이 나올 때 깼지만, 또 쏼라쏼라 중국어를 대포알처럼 쏘아대는 스튜디어스에게 "No thank you" 라고 말하고 다시 잠이 든다.

내 좌석에 연두색 딱지를 붙이고 간다.

이제는 시간감각이 점점 없어진다. 거의 3시간, 2시간, 혹은 3시간 간격으로 깨서 밖을 보고, 다시 잠든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기내는 어둡고 둔탁하고 강렬한 비행기 엔진소리에 머리가 멍해지면서 '잠'이 아닌 '혼수 상태'에 빠진다.

 

또 얼마간 잔 것일까.

기내식이 나온다. 아까 붙은 연두색 딱지 때문인지, 나를 쏙 빼놓고 기내식을 배분하고 있다.

나는 손을 들어, 연두색딱지를 스튜디어스에게 건넨다.

그리고 내 눈 앞에는 감자 크로켓, 쏘세지, 에그크램블, 요거트, 과일 삼총사(메론, 사과, 오렌지), 이다. 그리고 커피...는 엄청 쓰기만 하고 풍미란 찾아볼래야 개코만큼이나 없다.

 

 

얼마가 또 지난 것인가. 예상한 시간보다 한시간 즘 늦은 것 같아 슬슬 걱정이 된다. 도착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 그리고 픽업 기사분.

 

출국 심사대의 한 직원이 내 여권을 보더니,

"안녕하세요."

라고 한다. 정말 예상치 못한 말이라, 당황하지만 내심 기분이 좋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메르시."

 

 

이제 내 수화물을 찾아야 한다. 역시 같이 타고 온 승객들을 따라간다. 마치 나는 다 알고가는 것처럼. 상당히 나는 '익숙한 듯'보이려 애쓰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수화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슬슬 불안해진다. 아니, 설마 분실이 되지는 않겠지. 문득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저들도 비슷한 불안함이 있겠다 싶다.

전화가 울린다. 픽업기사분이다.

지금 어디냐고, 내 옷차림을 물으시길래 대답해드리고 찾는대로 나가겠다고 한다. 거의 30여분을 기다리니, 내 수화물이 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기막힌 타이밍. 어머니한테 전화가 온다. 나는 도착을 알리고 이제 시내로 간다고 전했다.

 

픽업기사분은 내게 이 곳에 온 연유를 묻는다.

나는 워킹홀리데이라고 하자, 일은 정하고 오는거냐고 묻는다. 아니라. 이제 알아봐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여기 뭐 배울게 있는 지 이해가 안간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분도 처음에 유학을 왔던 것이다.

나에게 원래 출근시간대에는 픽업을 하러 오지 않는다면서, 특히 여기 교통이 일방통행이라 한번 막히며 도리가 없다고 불편을 호소한다. 자동차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나라라면서. 너무나 정체되어 있는 사회주의 국가라면서.

워킹홀리데이로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여기에서 외국인의 취업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엔 유일한 변수란, 불어말하기실력이다.

어쨌든 카페이든 레스토랑이든 허드렛일도 불어가 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란 것이다.

나는 기사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냉혹한 이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아직은 아쉽다.

 

 

잘못된 선택 ; 어쩐지 사무실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여지없이 주거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창밖 소음이 예상 외의 복병이다. 사진으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었지...

그리고 어쩐지 주인이 남자일 것 같았는데, 그 예상도 맞았으며, 방에 간이로 설치된 전등갓에도 솜씨가 보이는 가 싶었는데 부엌엔 사진용 인화기와 싱크대 밑에는 인화용수가 줄지어 있다.

그나저나 벌레가 안보이는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뒤죽박죽 섞여있는 빵이며 과자, 음료수, 토마토 등이 100만년 만에 올까말까한 식욕도 달아나게 할 만큼 형편없다.

화장실은 또 어떠한가. 언제 씻었을 지 모르게 누른때가 화석이 되어 있으며, 역시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지린내가 나를 반긴다.

 

그나저나 주인이 나와 연락한 한국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며 주거증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도착 후에 전화를 통해 알 게 되었다. 출국 전에 메일로 물어봤던 것 중의 하나인데, 다른 답변에 만족하느라 그 중요한 사실을 놓친 것이다.

그럼, 왜 주거증명이 중요한가. 그 서류가 있어야 은행계좌를 만들고, 핸드폰을 개통할 수 있다.

고로 나는 지금 연락 불통상태.

 

오자마자 급한 마음에 한인사이트를 뒤져서 전화를 했으나,  그 업주 역시 당분간 나와 연락이 안될 것 같으니 일을 하기엔 힘들 것 같다라는 요지이다.

 

이사는 자주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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