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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9 이상한 곳, 파리 2

이상한 곳, 파리

도착 후, 줄곧 터지는 문제들을 처리하고 있다.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EMS 이다. 한국에서 내가 쓰고 온 송장에 집주인 이름이 빠져있어서, 보내면 한국으로 반송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나의 EMS 는 envoi bloque ; 세관에 계류 중이다.

오그라드는 간을 붙잡으며 검색하여 방법을 찾아서, 송장을 작성하고, 담당처에 메일로 보냈다. 하지만 아직 바뀌진 않았고 이 담당자들이 메일을 확인하는 데, 프랑스에서 2-3일 걸린다는 주변의 말을 참고하면, 소포 상태가 바뀌게 되기까지 아직 하루나 이틀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이게 한국인들이 치를 떠는, 그리고 끝내 적응하지 않은, 혹은 못한 이방인을

귀국길로 몰고야 마는 '기다림'의 아주 미세한 전초전인가.

 

두번째 문제는 '집'이다. 현재 파리 3존 94지역인 BOURG LA REINE 에 체류 중이다.

하지만 이 곳은 거주증명이 안되며, 더럽기가 이루 말로 할 수없다.

이또한 출발 전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면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사항이지만,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 곳은 거주증명서 발급이 안되는 단기체류지이고, 그 말은 곧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고, 더불어 핸드폰 및 기타 통신 시스템을 이용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일요일;

leboncoin.fr 에 나온 집을 광고한 부동산을 찾아감. 하지만 여기에 온 이래로

요일개념이 흐릿해져서, 일요일에는 특히 모든 상점이 닫는다는 사실을 잊음. 헛걸음.

에펠탑 ; 집시의 이상야릇한 웃음; 개선문 ; 소매치기 당할 뻔한 아찔한 경험 ;

샹젤리제 거리 ; 앙리까르티에 향수 ; 베네피트 ; 에스티로더  ; 무장한 군인들.

 

월요일;

하루종일 인터넷으로 집 검색; 내가 있는 곳은 프랑스도 아닌, 한국도 아닌, 그냥 12m제곱의 방.

메일 발송과 수신,검색 의 무한반복.

 

화요일 ;

1: 한국인 민박 집. Gentilly 지역. 2인 1실이라는 단점. 생활이나 교통편 편리.

프랑스 사회가 아닌 프랑스 속 한국사회에 머무르는 단점. 위생상태는 보통이나 집특유의 냄새가 두통을 유발함.

 

2: villejuif leo_; 3인이 공동거주. 사생활 보장. 교통편 생활 편리. 인근한 대형상권. 그러나 위생상태는 보통.

 

3. Paris institut catholique ; 여기 온 이래로 베스트친절 아주머니를 만나 길 안내를 받음. 바로 문앞까지 동행. 홈페이지에 나온 5시 마감이 아니라 4시 30분 마감. 역시 여기 기관들은 인터넷상에 나온 정보를 다 믿어서는 안된다.

역시 헛걸음. 

 

수요일 ;

1: Chatou-croissy ; 프랑스인 독신녀와 그의 아들. 교외지역이라 아늑하고 조용. 파리시내로 이동하기가 어려움. 역에서만 가까워도 괜찮을 텐데, 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이동해야 함.

 

;소르본느 방문; 공사 중이라 다른 장소로 안내를 받음 ; 또 한참을 헤메다가 포기하려는 찰나 발견. 등록카드를 작성하고 수업번호를 적으려는 찰나, 갑자기 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학원 수업은 잘 믿지 않는 편이라, 과연 들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라며 마지막으로 다른 수업들을 살피느라 또 30분이 훌쩍 지나감.

거의 문닫기 전, 문의. 등록날짜가 하루 지났는데 괜찮냐고 하니까 자리가 있으니까 괜찮다고 한다. 미리부터 기죽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신청한 것은 말하기표현; l'expression oral 이다. 아시아계인 비서가 이 시험은 어려우니까 시험보고 생각해보고 등록해도 된다고 한다.

 

 

 

목요일

1; 시험 소환장에 따라 찾아가야 하는 데, 초행길이라 일부러 예상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옴. 뤽상부르 역에 나오자마자 비가 추적추적. 손은 꽁꽁. 메트로 지도와 집에서 그려나온 지도를 보며 계속 찾아다님, 여기가 맞겠지하고 찾아가면 어김없이 틀리고, 저기가 맞으려나 찾아가면 그 역시도 전혀 다른 길이 나온다. 나는 나름 길을 잘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과신이었구나 라는 자책도 시간낭비이다. 무조건 찾아야한다. 포스트 직원아저씨께 길 물어봄; 저사람이라면 길의 달인이겠지 ; 하지만 아저씨도 모르겠다고 함; 순간 내가 찾는 길 옆길이름을 혹시나해서 물어봄 ; 아저씨가 그 길은 앎 ; 천만다행 ; 그 옆길까지만 가도 거의 다 간 것이다 ; 그리고 발견 ;

파리는 그나마 길이름을 크게크게 알아보기 쉽게 해놓은 것이 다행이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은 나 혼자. 모두 모델뺨치는 외모와 기럭지의 서구미녀들; 내가 남자였다면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간단한 듣기시험과 선생님과 대화시험.

물론 대화였지만, 오랜만에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어찌나 반가웠던지.

바디랭귀지를 쓰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2; 세관에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선불칩 구매 ; 심카드까지 총 30유로 썼는데, 1시간도 안되서 다써버렸다. 어떻게 이런일이? 아마 설정에서 다른 데이터가 빠져나간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선생님이 파리에 와서 첫인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나라 라고 했다.

아마 뜻밖의 대답이었을 지도 모른다. 대게는 어디가 좋다, 어디가 맛있더라, 아름답더라....등등일텐데.

모르는 길을 헤메며 비를 맞다보면 욕이 한사발 나오다가도, 어느새 그쳐있는 거리의 모습은 가슴 깊숙히 부터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무엇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실컷 뗴를 부리며 울다가 시치미떼고 앉아있는 소녀의 새초롬한 아름다움과 비슷하다고 할까.

 

내가 이제껏 살던 환경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무참히 사라지는 이 곳은

너무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쏟아부으며 이방인에게 수많은 선택권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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