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기의 이야기
어제는 아는 동생들과 이야기를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곳, 혹은 저 곳.
그래, 물론 프랑스 아니면 영국, 포르투칼, 스페인. 터키. 등등
말하자면 수도 없을 나라에서 살았겠지만.
그렇게 저마다 각자 살아본 나라가 있겠지만,
거기에 대해 '이 식당에 밑반찬이 맛있네' 라고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좋다, 나쁘다, 쓰레기같다, 환상적이었다'라고 너는 참 잘도 말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누군가 '거기 생활은 어때요?' 라고 말하면, 물론 그 질문을 받는 순간의 심경에 따라 대답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순간 멈칫 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내게 '하나의 경험'은 너무도 다양한 면들이 얽키고 섥혀서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무한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과거'로 지나간 것들 조차도, 현재에서 보자면, '각색된 과거'일 수 있고, 거기에 덤으로 '미래의 것'까지 얹혀져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지 않으려'하는 것일까. 자기의 껍질이나 혹은 테두리, 방어벽이 무너지는 것을 견딜 수 없는 건가. 아니면 이해력, 아니 이해하려는 의지의 부족, 혹은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 뭐. 내 생각도 정리하기 바쁜데 '타인의 생각', 혹은 '가능한 생각' 까지 헤아리려는 건 바보같은 짓일지도. 제 집의 곳간 썪는 지 모르고, 옆집 곳간이 비어있다고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벽 앞에서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말을, 단어들을, 생각들을 퉁퉁 튕겨내는 벽.
스스로가 겪은 경험에 따라 말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자기'의 테두리 안에서 밖에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답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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