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후, 왕숙천


비가 오고 난 후 다음날의 하천은
단지 수량이 많아진 것이 아닌
좀더 부드러운 물결을 가진다.
그것을 한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지만
조금 더 강한 바람 역시 계속 맞고 있자면
쌀쌀해져버려 팔뚝을 쓸다가
그만 집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일 낮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꽤 많은 걸 보면서
 회사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니거나
내가 진작에 알지못했던 이 곳에서의 시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책과 문자의 세상 밖에서 만날 수 있는
평화는 이 곳이 대부분 차지한 것일 거다. 좀 더 살고자한다면, 더 부딪히며 돈의 뒤꽁무니라도 쫓을라치면
금새 그 자취를 감추어버릴 이 시간의 의미가
몇십년이고 지속되어도 좋겠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 없는 것도 잘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