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아줌마
우선 3일 전에 우리집을 찾아왔었던 b의 어머니를 기억해야겠다.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파지려고 한다.
7세이전부터 그 이후에 아마 15세까지 한 아파트에 아니, 한번의 이사를 거쳐
두아파트에 사는 동안 그네와 우리집은 늘 가까이서 밥을 같이 먹고
서로 알콩달콩하게 지냈던 사이이다.
동갑이라 비록 '애
정'이 생길수도 있는 남녀였지만 그러기에
나는
못생겼고
그 아이는 충분히 기억할 만한 개성이 없었다. 조금 훤칠한 키에 선한 인상이었고,
쑥스러움이 늘 말끝에 달려 있었다.
공부도 꽤 잘했고, 운동도 좋아하는 편이어서 몇번의 연애편지도 받아봤을 법한 기억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늘 나를 '며느리'로 삼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고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남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있지도 않은 그 아이와 나 사이의 애정이 그 낯선 '며느리'란 단어때문에 마법처럼 생길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빈 공간에 발을 둘 수는 없었다.
남녀상열지사에 열등한 나는 그렇게 애틋하게 발전할 수도 있었던 관계에서 길을 잃었다. 다만 아직 초경이 있기 전에 가족끼리 용산가족공원에 나들이를 갔을 때, 민들레꽃으로 만든 반지를 별다른 감흥없이 받았던 기억이 남는다. 아마 내가 좀더 그럴듯한 여자아이였다면 애교섞인 목소리를 본능적으로 내볼수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중학교 다닐 때에 나는 갑작스레 그아이가 궁금해졌다. 그 당시 싸이월드라던가 친구찾기가 처음 유행하던 때에 눈이 뻑뻑해지도록 모니터를 쳐다보며 동일인물검색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몇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찾아낸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건 거의 백금색의 삐죽이 솟은 머리에 그 어깨에 나란히 하고 있었던 긴 생머리의 여자아이였다.
왠지 허탈해져버렸다.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을 통해 나는 그아이의 집안이 당시 내가 생각했던 그 평범한 안락함 뿐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나쁜 놈'이었고, 그래서 그 아이
와 그 동생, 그 어머니까지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그 특권을 누릴 만했음에도 b는 돌연 진로를 바꾼 사실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b보다 그의 어머니를 더 좋아했다. 내 친어머니에 비하면 한없이 부드러운 분이었다. 늘 나를 미소로 대하시는 그 모습과 행동거지에 배어있는 그 여린 심성이 나로서도 보호본능을 일으킬 만했다. 그래서 가끔 저 분이 내 친어머니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도 곧잘 했다. 그래서 저런 어머니를 둔 형제가 부럽고 질투가 났었다. 칭찬에 인색하고 무뚝뚝한 엄마에 비해 아주머니는 화난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런 분이었다. 그런데 몇일 전 우리집을 찾아온 그 모습은 몇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그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그녀의 잔상이 남는다. 만약 그녀가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면, 좀 더 이기적인 낌새를 보였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겠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못했고, 그래서 자상하게도 내게 꿈이니 선생님이니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들을 듣고 있자니 더욱더 나는 비참한 기분이 되었다. 마치 고이 간직해 둔 타임캡슐 속 그 들꽃반지의 메마른 풀잎이 부서져 가루가 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아주 잠깐 머문 후 현관을 나설 때 마지막으로 그 특유의 살가움으로 포옹하자고 하는 그 말도 그냥 지나치면서 잊기는 힘든 것이었다. 내 손에 몇만원을 주고 떠나셨지만, 아직 얼마인지 세보지 않았다. 쉽게 그럴 수 없다. 아무도 내게 시키지 않았지만, 아니 만약 그러라고 시켰으면 오히려 그러지 않았을 그 것은 아픔에 가깝다.
그리고 오히려 완전히 잊혀지면 몇 프로 더 행복할 수 있을 아픈 기억의 상징물에도 가깝다.
'★뎃셍.페인팅(;dessins ou peintures par moi > 가벼운(;pensée légè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e journée d'une sans-logis (0) | 2012.05.15 |
---|---|
Après avoir fait du bicyclette (0) | 2011.09.19 |
Les quelles soit-elles plus difficile, entre ce qui devenu un homme impitoyable ou un homme gentil? (0) | 2010.06.27 |
Les quelles soit-elles plus difficile, entre ce qui devenu un homme impitoyable ou un homme gentil? (0) | 2010.06.27 |
비 갠 후, 왕숙천 (0) | 2010.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