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기 전 짐을 줄이기 위해 버린 물건 #7 호킨스 가죽 스니커즈
나는 너 역시 사랑했다
호킨스 오커색 가죽 스니커즈.
처음에는 너와 만날 인연이 아니었지만, 네 몸값이 대폭 할인되는 바람에
너를 급하게 만나게 되었지.
너의 외모를 보면 스니커즈라는 가벼움과 가죽소재라는 포멀함이 경쾌하게 만났고
내면적으로도 고무깔창이 빗길에도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로서는 뛰어난 덕목을 지녔었지.
하지만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이 또 지나쳤다.
너는 점점 앞코에 거뭇거뭇한 때를 더해갔고
코뿐만 아니라 그 회검색 자국은 보기흉하게도 양볼에 퍼져갔었지.
그것은 구제할 수 없는 불결함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너는 끝까지 고군분투하였다.
내가 너의 뒷축을 자주 뭉갰음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서곤 하는 의지에
나는 새삼 놀라곤 했었지.
그래도 그 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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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10.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