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면서 버린 물건 #5 과학앨범

 

 

과학앨범 30여권.

이 책들이 어떻게 내 책꽃이에 버젓이 한칸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기억안난다.

아마 책장을 사기전 책부터 있었던 듯, 태연하면서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저 두꺼운 표지를 제 몸에 두르고,

지금같은 고화질 시대에보자면

다소 촌스러운 질감의 사진들로 꽉꽉 채워진 저 앨범들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은

나는 안했다.

아니 못했다.

 

나는 그렇다. 어느 대상에 대해선 지나치도록 민감한 데 반해,

어느 대상에 대해서는 지나치도록 무심하다.

저 앨범은 물론 후자였다. 한 때, 저 사진 속 자연물들의 설명적인 사진들을 자료로

드로잉을 다 해보겠다는 나름 야심찬 계획을 세웠건만,

이제 버리고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마음만 먹자면 언제라도 '이미지'의 홍수에서 발가락만 주욱 내밀어도

대여섯개는 얻어걸리겠구나라는 생각에

더이상의 저 무거운 책은 필요없을 것 같다는 구실이 기특하게도 생각난다.

이제서야 저 책을 하나의 '가구'에서

'책'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거의 20년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