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지도와 영토_미셸 우엘벡

지도와 영토
La carte et le territoire

미셸 우엘벡
Michel Houellebecq


194p
이 제품의 콘셉트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획일적인 낙관주의였다. 하이테크놀로지 제품의 흔한 콘셉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경향이 필수는 아닐 터인데. 예컨데 '장면모드'의 목록에 '불꽃놀이' '해변' '아기1' '아기2' 대신, '장례식'.'비오는 날' '노인1' '노인2'를 포함시켰어도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356p
자슬랭이 곰곰 생각해보니 자신도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아이들의 완강하고도 생래적인 이기주의와 법칙에 대한 본원적 몰이해, 결국 헛되고 소모적인 교육을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부도덕성이 싫었다.

Appréciation sommaire 짧은 감상평 

 소설 속 제드란 예술가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을 머릿 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며, 그것이 정말 고가에  거래가 된다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일이다.
 실제하는 셀레브리티들과 예술계 두 거물, 제프 쿤스와 데미언 허스트를 끌어들여, 실제로 존재하는 한 인물의 연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듯하다.
 작가 미셸 우엘벡의 비교적 온건한 작품이라 하는데, 그다지 큰 거부감이 들기보다, 곳곳에 드러나는 날카로운 독설과 몇몇 등장인물의 무미건조한 삶의 태도, 그리고 예술가 무리 전체를 싸잡아 욕하는, 그 밑에는 열등의식이 다분히 깔려있는 과감하고 앞뒤없는 어조가 인상적.

 소설 말미에 미셸 우엘벡이란 자신의 이름을 소설 속 인물에 일치시켜, 끔찍하게 난도질당한 시체로 묘사함. 마치 뭇 사람들이 유서를 미리 쓰며 느끼는 그런 기이함을 느꼈을까?

 제드의 작품 제작시기를 크게 3부분으로 나누고, 쪼개고, 분할하여, 다시 조합하고, 구성하여, 구축하다보면, 미셸 우엘벡이 가진, 전혀 예상 밖의, 도덕적이면서 휴머니티적인 세계관과 만나게 된다. 자연-기계-자연...

나의 과단한 상상일 수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