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필연적으로 남의 것을 뺏는 결과를 낳는답니다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만큼 삶에서 멀어진다는데 무슨 소린지 당체 알 수가 있나
남의 것을 뺏으면 감방간다는 건지
그런 놈을 많이 보긴 했는데

카드 안주셔도 돼요. 책 그만 볼랍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고등학생이던 과거에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비는 장면.
푸르스름한 빛. 질주에 속도감.
자전거를 타면 느끼는 얼굴에 스치는 맞바람.
스릴러물에 주요한 쉼표가 되어준다.



범죄스릴러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지는 패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는, 이왕이면 더 잔혹하고 엽기적일 것.
그리고 이왕이면 범인의 정체는 모호하게 감출 것. (의외의 인물일 수록 반전의 묘미를 살린다)
한국형 범죄 스릴러에는 한가지 더 있는 듯 하다.
바로 등장 인물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사건 자체 보다 그 주변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다. 그래서 '사건'과 '범죄' 그 자체의 이야기에 더 파고들기를 원하는, 그리고 외국 범죄시리즈물에 입맛이 길들여진 관객들은
마치 원하지 않은 소개팅에 나온 것 같이 마주앉은 대상을 파악하는 입장이 되고 만다.
그 대상이 매력적이라면 기꺼운 마음이겠지만, 그렇게 되기란 쉽지 않다.  
바깥에서 돈 잘 버는 마누라가 집안일도 척척 해내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다.
두 가지를 유기적으로 탄탄하게 짜는 것이 그 만큼 어려운 것이다.



OCN에서 영화에 버금가는 스케일과 완성도를 가진 드라마를 방영하는 것에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범죄스릴러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이 크면 그 만큼 아쉬운 점도 보이는 법이다. 그럼에도 TEN 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너무 차분해서 결말이 바싹 땅에 엎드려버린 듯한 인상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배경음악에서 여성 보컬의 허스키하면서 찌르는 듯한 목소리와
카메라 앵글에 담긴 골목길이나 한강의 풍경들이 '스릴러'란 장르의 스산함과 잘 어우러진 듯 하였다.
 


그리고 김상호 씨가 연기한 박형사의 생활에서 튀어나온 듯한 맛깔나는 연기에도 감탄했다.
다른 연기자분들도 너무 수고가 많았겠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많은 별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