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물건 1 ; 지갑 l'Angoisse sans raison precis

 

 

버린 물건 [1]

 

핑크색 지갑.

 

비비안웨스트우드의 우주선 장식이 박혀있지만 물론 짜가이다.

 

짜가. 가짜.

 어두운 톤의 옷을 주로 입게되면서도 손 안에는 핑크색 지갑을 물리고 싶은 마음에

싸게 산 물건.

 원래 재질이 안좋은 건지, 내가 관리를 못해서 그런건지

지갑 가장자리로 누렇고 회색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원래의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핑크색이 더욱 못나보인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의 하나이다.

키치함. 빈티지와 펑크.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불가능함.

 

그런 것들이 비록 이 지갑이 '짜가'임에도 연상케 하는 가치가 있기에

선뜻 사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마저도 봐줄 수 없을 만큼 낡아버렸기에 쓰레기통으로 버려진 물건.

 

오늘 나는 무척 불안하다. 왜? 이유는 없다.

이유없는 불안이다. 아니, 따져보면 이유는 많다. 이유없는 무덤은 없다.

 

하지만 이 원인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