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발작처럼,
그리움은 발작처럼,
무심히 길을 걷다가 떠오르고,
더 무심히 밥을 먹다가 떠오르고,
때로는 무언가에 집중해서 골몰할 때
갑자기 예기치 않은 바람처럼 휙 날아온다.
어제 26일에는 '모모' 사진을 메신저로 엄마가 보내주었다.
25일 목요일에는 근무시간에 늦어버렸다. 저녁 6시 50분까지 가야 하는 데, 오전에 식당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불판 냄새가 배어 있는 머리를 감고 끈질기게 안떨어지는 감기를 잡기 위해
감기약을 먹고 알람을 맞추어놓고 잠이 든다. 노곤하지만 무언가 불안한 기분에 잠이 깼는데, 아니나 다를까. 밖은 벌써 어둑어둑 시계는 7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6시 50분까지 가야 하
는데. 속으로 비명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부랴부랴 옷을 껴입고 나왔다. 울리지 않은 알람때문지, 알람을 못들은 내 귓때기때문인지, 원망해봐야 부질없다. 다행히 평소에는 띄엄띄엄 오는
325번 버스가 금방 온다. 애증의 버스.
한소리 들을 걸 각오는 했지만, 감기약때문에 골아떨어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사장님의
길어지는 타박에 한없이 마음은 약해진다. 더군다나 저번에 일하던 학생이 자기식대로 잦은
지각과 퇴근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잘랐었다고 돌려말하는 데에 더 마음이 상한다. 사실, 퇴
근시간은 저녁 11시이지만 정류장에 배차 시간은 11시 3분과 35분이라서, 뒷차는 너무 늦기에
할 수 없이 5분정도 빨리 나가곤 했었다. 그것을 감시카메라로 확인한 사장님은 내내 말할 기
회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이럴 거면 내가 미리 말할 선수를 치는건데, 이렇게 보기좋게 지각을 한 날 연타를 맞으니 정신이 없고 얼얼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또 멍하니 누워있는 순간, 메신저로 '모모' 사진이 전해졌
다. 곱디고운 꼬까옷을 입고, 직립보행 자세로 마치 이제 곧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존재처럼
차렷자세를 하고 있는 '모모'였다. 분명, 엄마가 쇼파에 세워놓고, '그대로 있어'라고 말했을 테
고, 그걸 조금 억울해하며 당황해하며 얼어있는 모모의 표정을 보니 코끝이 찡해진다.
모모가 너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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