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거야 말거야 꿈 좇을 거야 말거야




식당 사장 전화는 일부러 받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그나마 있던 정마저 말끔하게 떨어져나간 듯하다.

"이제까지 그런 정신으로 살아도 될만큼 편하게 살았었나?" 다른 말은 해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의 어리숙한 실수나 무신경함 때문에 튀어나오는 말실수에 대해서 어떤 잔소리를 들어도 할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인생을 잣대로 평가하려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렇게 내 마음은 차갑게 굳어버린 것이다.


오늘 마틴 스코세지의 [ The Woolf of Wallstreet ]을 봤다. 감기기운을 핑계로 어제부터 계속 방에 틀어박혀 칩거를 하고 있다. 이 원망과 증오로 찌든 영혼을 달래줄 시럽같은 영화로 난 욕설과 씹질과 폭력이 난무하는 스코세지의 이 영화를 고른 것이다.

이번 학기 스코세지 분석하는 수업을 듣는다는 구실로 본 3번째 영화다. 이 진창같은 상황을 경멸하려하다가도 어느 신에서는, 나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깨달을 때가 있다. 무언가 우당탕탕 몰려오다가 잔뜩 어깨가 움츠러져있다가 그것이 팡! 하고 터지면 숨을 내쉬며 호흡을 다시 고른다. 긴장과 완화의 롤러코스터는 마지막 엔딩까지 이어지며, 3시간의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물론 나는 또 도져버린 집중 장애로 인해, 중간에 머리를 감고 말았지만.

머리를 정말 감고 싶었으니까.


아무튼 스코세지 코멘터리를 빌자면, 물질만능 주의를 꼬집는다고는 하였지만, 그 자신도 흔들릴 때는 있는게 아닐까. 뭐냐면, 아무리 '돈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까지 하면 안되지'라고 하는 선을 보란듯이 넘는 인물들을 희화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 '무소유'의 법전으로 귀착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영화 속 조던을 한편으로는 경멸하지만, 동시에 한편으로 그가 하는 것처럼 소유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중적인 인간의 심리를 감독은 읽고 있다고 할까.


지금 하루 하루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식당일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처지이니, 조던이 사원들 앞에서 목청껏 웅변하던 '여기서 고객의 목을 졸라 돈을 쥐어짜내던가 아니면 맥도날드 에서 일하거나' 라던 신에서는 한숨이 나도 모르게 나온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염원해오던 조던의 체포 이후에 잠시 허망하게 자신이 앉은 지하철, 초라하고 낡은 사람들을 쳐다보던 FBI요원의 눈길에 공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그가 조던이 제안한 대로 뇌물을 받고 수사를 더 하지 않았다면. 그는 번영의 끝맛이라도 혀로 핥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회 정의'를 선택하였고, 영화의 결말도 다소 그런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보았던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담' 처럼. 끝나고 엔딩자막이 올라갈 때 호쾌하거나 짜릿한 승리감이 있기보다 무언가 커다란 숙제를 덜컥 떠안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만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어느 쪽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 물불 안가린다'도 아니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의 삶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