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와 남는 자, 남으려는 자



< Paris 5구, Jussieu 역 근처, 정류장 앞 >


사람이 다른 사람을 만나 마음을 주고 그 연을 이어간다는 것이 

늘 즐겁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나의 경우에

사람을 떠나 홀로만 '섬'으로 살아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해보인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크지도 않으면서.

조금만 내게 치근덕 거리려는 조짐이 보이면 가차없이 내쳐버리면서도.


은둔하며 나의 세계에 깊이 침잠하기를 오랫동안 바랐건만,

세상에서 비록 나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 뚝 떨어져버린 느낌이지만,

나와 관계된 사람들이 실망감보다 더한 분한 감정이나 그 보다 더 시들한 그 무엇을 전해준더하더라도, 

나는 비로소 사람들의 그 텁텁하고 거친 숨결을 느끼고 있는 참이다.


그러게,

연애 감정에서 이렇게 손톱만큼 미칠 것 같이 기뻤다가, 몸뚱아리 만큼이나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럽다면, 왜 굳이 '사랑'에 목메어 하겠는가.

그 것은 내 의지로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저절로 되어가는 것이다. 


정녕 상황에 이끌려가는 것인가, 

그저 미련과 애착이란 감정에 

그래도 나는, 아니 '우리'는 잘 되어갈 거라면서.


바보가 따로 없다.

하기사, 언제부터 내가 똑부러졌다고.

부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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