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거나 불쌍한 척

 

 

 

[ 동전 지갑 ; 재료 ; 소가죽. 색실/ 3개 중 하나는 불어동기서를 교정해준 어학원 선생님께 선물로 드림 ; 가격 _ 15유로 ; 20000 원 ]

 

 


 

나는 왜 불쌍한 척을 하는 기분이 드는가. 왜 나는 짐짓 '가여운 소녀인' 체를 하여 상대로부터 동정을 사려는 건가. 아니면, 이런 기분도 그냥 흘려보내도 되는 '나의 지나친 자기 반성' 중의 하나일 뿐일까.

가끔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본다고 하면, 이런 결론이 나와서 나를 불편하게 한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건 내가 '과잉 솔직'을 범했던 경우, 주변인들의 증언들이 쌓이고 쌓여가는 탓이다. 솔직히 말하는 것이 항상 미덕은 아닌거라고,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나는 내 속을 다 까발려야 직성이 풀리고 만다.
그러다보니 궁상맞은 처지도 까발리고, 나를 깎아먹은 실수담도 꺼내어놓는다. 그렇게 난 자세를 낮추어, 상대방의 호감을 얻으려 하는 버릇이 있다. 안좋다고 하면 안좋은 것이지만, 때론 이런 저자세가 처음 관계를 시작하거나 어색함을 무마하는 데 첫고리를 이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반면에, '당당함'으로 무장하여 '자신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인간관계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부러 자신을 낮게 말하여 타인으로부터 동정심 및 공감을 사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아니 않으려하며 그런 태도를 경멸하는 경우도 있다. 일자리에서도 업무 처리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배려 보다는 '배려라는 것은 내가 당신을 위해 기꺼이 했다라는 것이 보이도록 '하는 게 진리이다 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몇 주간 한무더기 만났다. 아마 그것이 15구 어느 한식당의 짧은 근무 동안 느꼈던 이질감의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