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는 필수인가, 아니 중국인은 필수인가.
애교는 필수인가, 아니 중국인은 필수인가.
그러고보면 나는 '애교'와는 먼 삶을 산 듯하다. 하지만 사장님은 나에게 '애교'는 살면서 필수라고 한다. 필요하다고, 꼭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00씨, 나 어떻하지?' 라는 말을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그리고 두번째는 고개를 45도로 기울이면서 눈썹을 팔자로 만들며 입술을 살짝 앞으로 내민다. 그러면서 내게 어떤 게 더 친근하냐며 묻는다. 자정이 넘게 식당에서 일한 후, 더위 때문인지 호르몬때문인지 달뜬 마음 때문에 나는 그냥 웃음만 나온다.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장님은 내게 한번 해보라고 한다.
저녁은 원래 11시에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8시경 12명의 예약으로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할 때, 나는 불길함을 떨칠 수 없었다. 테라스에 제집인양 태연히 앉아있길래, 두명이시냐고 물었을 때, 한 젊은 두 남녀가 '12명 예약했다고' 말을 내뱉을 때, 나는 그것이 말이 아니라 '침'이라고 느꼈을 만큼 무례함을 느꼈다. 정말 특정 국민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건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한식당에 오는 중국인들은 예외없이 꾸준하고 그리고 성실하게 같은 패턴을 보인다.
1. 절대로 메뉴를 한번에 시키지 않고, 여러번 종업원을 불러 주문을 받게 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 있는 식당(레스토랑, 브라스리, 스낵바 등등)은 전식, 본식, 디저트, 음료를 한번에 주문하여 미리 순서에 맞게 나온다. 물론 음료를 중간에 추가할 수도 있지만, 전식을 먹는 동안 주방에는 본식을 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이미 주문한 메뉴는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인은 다르다. 본식 먹기 전에, 전식을 몇번 더 추가하는 데다가, 아예 전식과 본식의 순서를 뒤바꿔달라는 등의 요구도 서슴없이 한다. 식당입장으로서는 매상을 올리면 다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미 주문을 받고 메뉴판을 다 거두어들였음에도 다시 달라고 하여, 메뉴를 추가시키기도 한다.
식당을 전세내서 그들네만 있지 않으면 상관없지만, 다른 기다리는 손님들의 우선순위를 그들이 빼앗아간다는 사실을 모른다.
2. 진심으로 소란스럽다. 시끄럽다. 정신이 없다. 왠만하면 참겠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절대로 그들은 주변 테이블을 염두에 두며 목소리를 낮추지 않으며, 오직 그들만이 사람이고 다른 손님들은 유령이거나 투명한 그 무엇일 뿐이다. 그들의 영역은 자신들이 앉은 그 테이블에만 해당한다는 사실을 아예 무시해버린다. 그렇게 옆 테이블 의자를 가져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물건들을 올려놓는다. 누가 중국인들의 '호방한 기질'을 칭찬하였는가, 그 기질은 그들이 사막의 모래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에나 필요한 것이었다.
3. 식사 중에도 종업원을 '개 부리듯' 부르며, 요구사항이 끝이 없다.
4.그리고, 절대로 그들이 떠난 자리에 팁이란 없다.
이래서 그들은 나를 질려버리게 한다. 물론, 한국사람들도 비슷한 식당 매너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거기에 상상을 초월하도록 뻔뻔함과 소란스러움이 더하다. 그리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 사람이 '김치 서비스'를 말할 때랑, 중국인들이 '김치 서비스'를 말할 때는 다르다. 매너가 좋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사장님 몰래 김치를 서비스로 드리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해도 한국 사람들 호주머니에서 '팁'이 나오는 건 기대하지 않는다. 순전히, 내 향수병에 대한 순간적인 보상이다.
그렇게 그네들이 나가고, 난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그리고 서빙 도중에 나는 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나보다. 잔을 하나 깼다. 아마 5유로 짜리즘은 될 거다.
거의 11시가 되어서야 나간 그들은 열외없이 계산은 11명이 각자하였고, 한명당 20유로 가까이 먹었다. 그리고 '거짓'으로 200유로 가 아닌 300유로 짜리 영수증을 써달라고 한다. 끝까지 훌륭하다. 이들의 개념이란 고대 유적처럼 어디 따로 보관해놓고, 일년에 한번 씩 그 존재만 확인하나보다. 머릿속에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여기서 돈을 쓰니, 대접받는게 당연하다' 라는 생각이 틀린 건 아니지만, 무엇이든 '지나치다' 라는 거다. 제발, 한국 사람들은 이런 식당 매너에 대한 부분에서 중국인보다 낫기를 바란다. 식사의 방법도, 종류도, 매너도 너무도 다른 이 타지에서, 자국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하다가는 창피를 면치 못할 거다. 물론, 그 수치도 얼굴이 두꺼우면 느낄 수 없겠지만...
( '애교' 이야기를 하다가, 중국인들에 대한 푸념이 되었다. 다음에는 이 문제의 '애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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