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음

1. 작업 하나

조형물 <살아있는 중>은 겉과 속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속내를 밝히는 것. 그 속이 기대에 차지 못한다면 껄끄러운 순간이 되겠지만, 그 어색하면서 생뚱맞은 조합에서 웃음은 나지 않겠나. 그렇게 유머를 잃지 않도록 한다.

주변에 버려져있는 폐품을 줍는다. 이 때문에 길가에 널부러진 상자만 보면 그냥 보아넘겨지지 않는다. 그 후, 그 폐품이 처음 놓여 있던 상황, 익숙한 경험, 늘 무너지거나 세워지기를 멈추지 않는 불안정한 현재, 그리고 작품에 잠재되어있는 판타지를 섞는다. 내가 자라온 동네는 경사가 지거나 도심과 동떨어져 버스를 타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힘든 곳이었다. 그래서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집에 오는 길에 헉헉대며 비탈길을 오르고 나서 가쁜 숨에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붕의 능선과 노란 가로등이 점을 찍듯이 조화롭게 반짝였다. 그 가난한 기쁨은 그 곳에 사는 사람들만이 지리멸렬한 생활고 대신 받을 수 있었던 작은 유산이 아니었을까. 그 유산, 그 미적 충만감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사람처럼 나는 그 못사는 동네(공간)를(을) 염두에 두고 나무박스(물체)에 숨을 불어넣는다. 내게 있어 공간은 늘 살아서 꿈틀거리는, 위험한 동시에 매혹적이며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생물과도 같다.

 

 

2. 작업 둘

대중문화키드로 남아있는 나는 누구보다 TV드라마를 즐겨보며, 영화에 탐닉한다. 설령 그것이

나를 바보로 만들며 맹목적으로 보도록 하더라도 때때로, 기꺼이 거기에 길들여진다. 단,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회화 <시간차 대화: 씬 콜렉터>시리즈는 영화(<남극의 쉐프 (The Chef Of South Polar,2009,Shuichi Okita)>, <내 형제(Son frere ,2002, Patrice Chereau)>)의 한 장면을 재현한다.

이 작업은 영화가 주는 감성을 위해 시작하였지만, 점점 진행되어 갈수록 이미 끝나 빛을 잃은(말 그대로 상영될 수 있는 빛을 잃은) 영화의 뒷통수에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차 대화는 이뤄진다.

 

또, TV연예인(<개그맨 박명수>,<개그맨 유재석>)을 그린다. 우리가 보편적이며 통속적이다 하는 것에 대해 나는 ‘다시보기’를 원한다. 주요한 것은 우리가 보는 대상이 아니라 보는 관점인 것을.

그러면서 이 역시 그들과 무언의 그것, 시간의 격차를 두는 그것을 하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