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물건 #4 ; 단소

 

[단소]

왜 이 단소가 15여년이 넘도록 내 서랍 한 구석을 차지 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마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기 보다

'버려야 하는 이유'를 찾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넝마주이'.'폐품줍는 할머니''쓰레기속에서 사는 사람'이란 소재로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정도는 아니지만 저 정도까지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마치 남 이야기같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매번 엄마와 실랑이를 하면서도

이런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버리지 않는 건

마치 이 물건이 내 '과거', 또는 내 '기억'의 하나를 상징하며

이 것을 버리면 내 일분이 떨어져나가는 것이며,

심하게는 스스로에 대한 배신이다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이걸 무심히 버릴때

"안돼, 그건 내 일부분이며, 내 정체성이야."라고 말하면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로

서로 어색한 순간이 올 뿐.

 

중학교 음악시간 때 단소를 불며 보냈던 시간들이

현재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저 몇백그람의 딱딱하고 매끈한 막대기는 그만큼의 현재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