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물건 #4 ; 단소
[단소]
왜 이 단소가 15여년이 넘도록 내 서랍 한 구석을 차지 하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마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를 찾았다기 보다
'버려야 하는 이유'를 찾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넝마주이'.'폐품줍는 할머니''쓰레기속에서 사는 사람'이란 소재로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정도는 아니지만 저 정도까지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마치 남 이야기같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매번 엄마와 실랑이를 하면서도
이런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버리지 않는 건
마치 이 물건이 내 '과거', 또는 내 '기억'의 하나를 상징하며
이 것을 버리면 내 일부분이 떨어져나가는 것이며,
심하게는 스스로에 대한 배신이다라고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 이걸 무심히 버릴때
"안돼, 그건 내 일부분이며, 내 정체성이야."라고 말하면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로
서로 어색한 순간이 올 뿐.
중학교 음악시간 때 단소를 불며 보냈던 시간들이
현재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저 몇백그람의 딱딱하고 매끈한 막대기는 그만큼의 현재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뎃셍.페인팅(;dessins ou peintures par moi > 가벼운(;pensée légè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Myung-ryun dang (0) | 2012.08.06 |
---|---|
이사오면서 버린 물건 #5 과학앨범 (0) | 2012.07.13 |
버린물건 #3 ; 디퓨저 (0) | 2012.07.03 |
버린 물건 2 ; 헤드폰 (0) | 2012.06.29 |
버린 물건 1 ; 지갑 l'Angoisse sans raison precis (0) | 2012.06.25 |
★뎃셍.페인팅(;dessins ou peintures par moi/가벼운(;pensée légère |
2012. 7. 8.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