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오기 전 짐을 줄이기 위해 버린 물건 #6 옥스퍼드슈즈
오커색 옥스퍼드 슈즈.
너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날렵한 콧선으로 도도해보이면서도
스티치가 참으로 귀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지
하지만 날이 지나면서 차츰 너의 거죽은 흐물흐물해지면서
몸집은 뚱뚱보처럼 옆으로 퍼져버렸다.
마치 젊은 날의 우상이 나이를 먹어 주름살에 보톡스를 맞는 것 같이 씁쓸한 인상만을 남긴 너.
망가져가는 너의 몸에 나는 기껏 흰색 도료를 발라보았지만
에나멜끼가 있던 너의 피부는 그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아 더욱 얼룩덜룩 해져버렸다.
너는 싸구려다.
하지만ㅡ 그래서 너를 참으로 사랑했다.
결국 그만큼의 사랑은 너의 뒷축을 여지없이 깎아먹어버려
너덜너덜해져버렸지.
이제 너의 수명은 여기까지이다.
나는 너를 버려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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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8. 7. 2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