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rs de soir ; 첫 수업

처음 수업에는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자기 소개.

B1 디플롬을 따기에, 나의 말하기 실력은 부족했던 모양. 아무래도 A2반에 편성이 된 것 같다.

작문 시험에서 재치있게 쓴 것 같단 생각은 나만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슈퍼에서나, 상점에서, 그리고 은행에서 원어민을 대할 때, 집주인을 만나서 이야기할 때 주어 동사가 정리되지 않고, 입술 바로 직전에서 우물거리며 꿈틀거리기만 한다.

여기에서 시제까지 정리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상황.

확실히 번역을 하거나 혼자서 느긋하게 작문을 하는 것과는 체감 상황이 다르다.

피부에 와닿는다.

민감하고 주근깨가 많은 나의 피부는 점점 붉어지며 더욱 더 못생겨지고 있다.

그리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같은 반에 한국인 3명, 베트남인 1명, 일본인 1명, 리히텐슈타인 1명, 폴란드인 2명, 이탈리아인 2명, 그리고 더 기억은 안나지만 다국적의 학생이 모여 있다.

 

Daumenille대로에 공예가 거리에 찾아갈 요량으로 나섰다가 너무나도 강한 바람을 맞는 바람에 예상보다 빨리 학원으로 돌아왔다. 수업 시작은 7시.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를 닮은 선생님이 일찍 왔다고 나를 반겨주신다. 그리고 라디에이터를 붙잡고 얼은 손을 녹이고 있자니, '춥냐'고 하시며 빈 교실로 나를 인도하신다.

 

그에게 오늘 사인한 계약서에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려 했으나, 시간을 방해하는 게 아닌가 싶어 이렇게 물었다.

"Vous avez un plan, maintenant ?"

내 나름으로는 "지금 할 일 있으세요? 이었는데, 선생님은 학교 지도를 말씀하시는 줄 알고, 나중에 주시겠다고 한다.

 

 

 

 

 

 

 

 

# Pathéon

 

# 어느 골목길

 

일반적으로, 자신이 프랑스어를 배우는 이유와, 프랑스에 온 시간, 그리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대학에서 프랑스문학, 영상, 그리고 예술을 전공한 사실과, 그림을 그리지만, 돈이 안되기 때문에 틈틈히 아이들 대상으로 미술수업을 한다. 저번달에 프랑스에 도착했고, 현재 우리집 개 모모가 그립다. 그런데 모모는 책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하지만 클래스 안에 '모모'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미술 수업을 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선생님은 매우 놀라워했다. 그리고 클래스 안에서 몇몇은 웃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 문화권에서 '나는 아이들이 싫다' 혹은 '나는 아이들이 좋지 않다'라는 말은 어쩌면 '악마'스러운 말일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굉장히 개념이 없는 아시아년으로 비춰질 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속마음이야 어떠하든, 나는 내 소개를 듣고 몇몇이 웃으며 유쾌해했다는 점이 흡족했다. 또, 역시, 언제나 그렇게, 변함없이 나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부끄러움이 아닌 '웃음'을 주었다는 사실에 대한 포만감이 컸다.

 

덧붙여서, 지금 나는 일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어떤 일이면 좋겠냐고 했고, 

나는 이왕이면 예술과 관련된 일이면 좋겠지만, 현재는 어떤 일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했다.

 

선생님은 부설어학원이기 때문에 본교 내에 있는 카페테리아 옆 게시판에 학생들을 위한 일자리 광고가 있다고 말하셨다. 주로 아이들을 어딘가에서 데려오고 데려다주며, 돌보는 유모일이었다. 클래스에 이탈리아인이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라고 했고, 선생님은 그 말에 웃으며 '아 맞아, 내가 실수했네.'라고 했고, 나는 '아니예요. 괜찮아요.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돌보는 거니까 상관없어요.'라고 했다.

사실 많은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두세명은 상관이 없다. 단, 큰 돈은 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라면 문제다.

 

아무튼, 낯선 이들과의 대화에서 서로간에 수입이라던가 경제생활에 대해 터부시하며 주제로 언급하지 않는 유럽인들이라면, 아마 첫 소개에서 '일'이나 '돈'을 이야기한 나를 '돈 밝히는 유대상인' 근처에 사는 '동양 하녀'즈음으로 봤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못내 씁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유자적하며 파리 생활을 하는 게 나의 현실은 아니니까.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오히려 나로서는 떳떳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