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 살인_일급의 울림
영화는 알카트레즈 감옥의 전경을 비추는 걸로 시작한다. 마치 그 곳을 향하는 관광객의 시점으로 거의 고정되어 있는 영상에 느린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그리고 분필로 쓴 듯 거친 글씨가 제목이나 배우들의 이름을 알린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도 동시에 알카트레즈 감옥이 수평선이 만들어내는 평온함 속에서 아득하게 비춰진다.
명석하고 정의로우며 측은지심이란 인간적인 도덕심마저 갖춘 변호사 제임스 스템필역의 크리스천 슬레이터보다 케빈 베이컨이 두드러지는 것은 비단 영화 속 차지하는 역활의 비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케빈 베이컨의 짝눈, 그 너머 웅크러든 눈동자를 보면 단숨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보다 영화 속 장면들을 크게 나누어 보면, 감옥신과 크게 법정신이다. 감옥신은 짙은 음영과 강한 대조, 그리고 축축함이 느껴지도록 바닥에 늘상 물( 혹은 분뇨)이 있다. 악독한 감옥부소장 글렌(Garry Oldman)이 그리고 법정은 밤갈색의 사무가구들, 군중의 회색 양복등이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며, 녹청색의 스탠드가 유난히 돋보인다. 크리스천 슬레이터는 그 사이를 호기롭게 다니며 유창하게 언변을 쏟아낸다(왠지 이런 캐릭터에 매력을 못느낀다). 상대편 검사로 윌리엄 H.메이시William H. Macy 가 동그란 뿔테너머 부엉이같은 눈으로 그를 마땅찮게 쳐다본다. 관중 들 속에는, 그 시대 신문 삽화가들이 바삐 손을 놀리며 법정을 묘사하는 게 보인다.
[영화 속 감옥배경 바닥은 거의 젖어있다. 그래서 더욱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짙어진다. ]
일급 살인 속에는 이러한 시대 묘사가 세부적으로 녹아있다. 흑백 뉴스나, 이런 법정 장면, 인물들의 의복이나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소품 들 하나하나가 그렇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영화적 문법마저 고전적이다. 예를 들어 스탬필 형제가 서로 그만두라 아니냐로 다툴 때, 카메라는 의로운 동생의 얼굴을 전면적으로 비춘다. 그리고 세속적인 형은 비스듬한 각도로 반쪽자리 얼굴만 비춘다. 감독이 어느편에 서있는 지 잘 드러난다. 아니, 관객으로 하여금 어느편을 지지하도록 유도하는 지 분명히 드러난다. 부조리하고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는 의로운 개인. 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쉽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를 영악하게 이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유려한 카메라 무빙과 너무나도 연약하여 부서지기 쉬운 인간성을 케빈 베이컨이라는 껍질로 묘사하는 방법을 선택한 듯하다.
내용은 굴곡지고 거칠기 짝이 없지만, 그것을 말하는 카메라는 마찰력없이 부유하는 것같이 부드럽고 섬세하며, 다소 인물과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점잖기까지 하다. 얼마든지 과잉될 수 있는 인물, 사건 앞에서 감독은 감정이입을 마지막 법정 장면에 이르기까지 적정선으로 제어하여 유지하며, 클라이맥스에서야 그것을 터뜨린다. 기승전결의 원칙을 엄격히 고수하는 연출은 플롯을 뒤집고 해체하는 최근의 영화들에 구분되면서, 더욱 부각된다. 마치, 영화란 이런 것이다. 라고 조용히 타이르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섬세하게 잘 짜여진 직물같은 느낌, 좋은 냄새가 나는 가죽으로 정성스럽게 제본한 책같은 느낌이, 이런 장면 장면마다 느껴진다. 예를 들어, 면회실 수화기를 들고 유리창 너머로 대화하다가 카메라는 뒤로 빠지며, 변호사 일행, 창살, 그리고 뒷편의 간수, 다시 창살, 그리고 다시 간수들... 그들의 불편한 표정에까지 한 호흡으로 이어진다. 상황에 서로 얽혀있는 인물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마치 잘 펼쳐보이는 듯하다.
엔딩은 씁쓸하다. 비록 스탬필이 승리 어쩌구저쩌구하는 내러이션을 읋어대지만 사건과 무관하게 흐르는 시간의 무심함, 상전 벽해의 공허함 등이 뒤섞여서 나는 더욱 착륙할 곳이 없는 비행기 조종사의 심정이 되고 만다.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형을 받고 알카트레즈 감옥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미소짓는 케빈 베이컨의 누런 이를 보며, 나는 우습기보다 불편한 심정이 되고만다. 더욱더 스스로를 죄스럽게 한다. 승리했다는 마음, 그리고 승리가 아닌 사실이 두 개의 것 아무 것도 분명하지 않은 땅 위에서 헨리 영은 허리를 곧추세우며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지하로 다시 걸어들어간다. 그리고 이어서, 완전한 어둠이 기다렸다는 듯 그를 삼킨다.
일급 살인 Muder in the first
1995년작.
감독
Marc Rocco
각본
Dan Gordon
배우
Kevin Bacon
Christian Slater
Gary Oldman
촬영
Fred Murphy
미술
Kirk M. Petruccelli
음악
Christopher Young ,Dominique Forma
1995년작.
감독
Marc Rocco
각본
Dan Gordon
배우
Kevin Bacon
Christian Slater
Gary Oldman
촬영
Fred Murphy
미술
Kirk M. Petrucc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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