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실제 _ 부당거래 VS 사냥꾼 이대우

사실은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는 무능한 경찰들이 있어야 이야기는 재미있어진다. 손에 권력이 주어져도 그것을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는 인간적 좌절감과 슬픔은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런면에서 이 두 영화는 닮아 있다. 특정 집단, 여기에선 경찰집단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어긋났을 때, 그에 반감을 가지는 것을 넘어선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놀이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그 장르만큼이나 주는 재미가 다르다. 한쪽은 허구를 다루며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원죄를 묻는데에 몰두하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다큐멘터리로 인물들의 보다 일상사에 가볍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전자는 겉으로 보이기에 격정적이고 피튀기는 투쟁이 이어지며, 후자는 그보다 느슨하게 진행되며 매 순간마다 사소한 웃음을 유발시킨다.

 

여기서 난 한가지 비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잘 짜여진 허구와 방치되는 실제,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재미있을까? 실제 속 인물들에겐 다소 미안하긴 하겠지만, 그들의 삶을 엿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 난 변태적인 특성이 있다? )

 

 

뭐냐하면, 이런 노출된 삶은 대부분 노출시키는 자에 의해 다소 꾸며지거나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적절히 포장되어 지기 마련인데 이 다큐 '이대우'는 (거의)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편집을 하는 것으로 제작자의 의도가 다분히 수렴되긴 하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큰 미덕인 것이다.

 

죄지은 것도 없이 길가다가 경찰차가 지나가면 뜨끔하듯이 껄끄럽고 다가가기 어려우며 두려운 나머지, 극에서 굉장히 격하되어 표현되는 경찰집단을 카메라가 졸졸 따라다니며 보여주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진 강력반 팀장 이대우씨를 비롯하여 팀원인 고정희씨, 조규봉씨, 홍준석씨 등을 보며 회차가 거듭될 수록 더욱 친밀감마저 느낐다. 

 

사실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세상을 살고 있으며, 공권력이라는 추상적인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이다라는 사실, 잠복근무하면서 물만두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범인들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범죄수사를 하기 위해 코를 막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허다하며, 변태성욕자 검거를 위해 포르노사진을 보는 것을 업무로 여겨야 하는 일들을 보인다.

 

때론, 성매매업소 침투를 하려다 바로 옆에 위치한 건전한 업소에 잘못 들어가는 실수를 하기도 하는, 수갑을 잘 못채운 탓에 열쇠를 부러뜨리고 마는 경찰들에 어찌 인간적인 면을 못 느끼겠나. 한바탕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극적인 사건보다 끈질기고 집요한 노력에 의해 차츰차츰 해결된다. 지리멸렬한 싸움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에서 사건의 중요성은 줄어드는 대신, 그 자리를 인물들이 대신한다. 인생과 사건이 겹쳐지면서 가지게 되는 감정의 굴곡들이 고스란히 이 '사냥꾼 이대우'에 드러나는 것이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타게 된 상황에 대한 그들의 마음도 나타낸다.
 

 

 

사실 요새 들어 부쩍 커진 세상에 대한 냉담한 면이 보다 내가 다큐에 재미를 느끼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그럴 듯한 이유를 따지자면, 부당거래 에서 어떤 인물의 단조로운 성격이 흥미를 반감시켰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짐작하고 있는 법조계의 더러움, 비단 법조계 뿐만이 아니지만,  '이기심, 맹목적 출세욕, 공격성, 독단성' 등 이 세상을 부당한 거래로 넘치게 만드는것들을 영화는 쫓고 있다. 마치 관객에게 인간세상에 살고 있는 존재라면 원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되묻는듯 한 느낌마저 든다.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을 좀 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래서 뭐?.' 이다. 한 인간이 타락해가는 것(황정민)과 타락한 인간(류승범)의 대립구도가 아주 신선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사건의 전개에 따라 힘이 이동하며 영화는 보다 유연해진다.

 

하지만 영화가 더욱 유연하게 관객의 의식으로 침투하려면, 인물의 심리를 더욱 침착하고 냉정하게 보여주었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도덕의식을 떠안는 대신에 극적 긴장감이나 인물간의 갈등구조(이왕 두 인물의 팽팽한 대립구도를 보일 것이었으면)에 몰두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사냥꾼 이대우'를 보고 난 감상을 좀 더 매니아 입장으로 표현하자면, '(아쉽고 )그래도, 뭐..."이다. 프로그램은 종영되었지만, 이들은 계속 그들의 삶을 살 것이다. 그 연장성에 끼어들 관객의 공간은 없다는 사실에 내심 서운함과 아쉬움도 느끼는 것이다. 비록, 몇시간 기록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그들의 삶에 개입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런 심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냥꾼 이대우

기획 : 최병화 
책임프로듀서 : 정해상
프로듀서 : 박승환
연출 : 전유진, 이희환, 권동빈, 김석기, 김경수, 윤이레
 
작가 : 최진경, 이햇님, 김경선
인물 : 이대우, 고정희, 조규봉, 홍준석, 손경무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