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Back_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읽고 있자면, 코스모스를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다. 스펙타클을 강조한 사진과 현장감이 묻어나는 기록들은 일상과 매우 동떨어져있다는 점만 빼면 '나'를 비롯한 '인류'는 지구에 살고 있다고 통틀어 말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지구인'이란 매우 일반화된 관점에서 출발하여 지엽적인 화두로 옮겨 가며 독자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보다 다른 이야기에 주목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속한 곳이 일상적 생활 공간이 아니라 '나'란 종족이 거주하는 환경이란 인식을 갖게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지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환경, 인종이나 종교로 인한 갈등이 빈번한 지역, 새롭게 발견되어 학계에 이슈가 된 유물 등이 주로 등장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조금은 시야가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점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자연으로 눈이 호사를 누리는 점을 이해하게 한다. 하지만 인물들의 상황이 극한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 자연에만 심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감독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 배우들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산에 가서 캠핑을 하기도 하고, 언제 쓸지는 모르기에 버릴 수 없는 짐꾸머리를 실제로 가지고 다니도록 하였다고 한다. 야누즈의 무겁고 긴 장교코트는 눈밭에서 추위를 막아주고, 사막에서는 텐트역활을 하였다. 때로는 상황과는 별개로 자연의 웅장함과 장대함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전경샷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 이 영화에서 자연은 또 하나의 주요한 배역을 맡는다. 그 전경샷에서 자연은 검은 점들로 밖에 안 보이는 무리들을 품는다. 무리들이 시베리아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간수가 한 말처럼 자비라고는 없는 자연, 그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기에 풍요로운 조건을 댓가없이 주기도 하지만, 가혹한 조건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그는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무엇보다 강하다. 그들에게 자유의 확보란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형이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살아남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어떤 이가 말하듯이, 우리와도 가까운 북한에서는 이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탈출이란 생존과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고통이 오더라도 그것을 넘어 존재를 의심치 않는 자유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그러나 나는 나이기에, 나의 현실에 비추어본다.
올해 무더운 여름이 오면, 어느 순간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 1944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출생. 2003; Master & Commander 1998; The Truman Show 1993; Fearless 1990; Green Card 1989; Dead Poets Society 1986; The Mosquito Coast 1985; Witness 1983; 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 1981; Gallipoli 1979; The Plumber 1977; The Last Wave 1975; Picnic At Hanging Rock 1974; The Cars That Ate Pari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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