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Back_

감독: Peter Weir[각주:1]
각본: Keith R. Clarke ,Peter Weir
원작: Slavomir Rawicz
배우: Jim Sturgess(1981 런던 출생, 야누즈), Ed Harris(1950년 뉴저지 출생, 미스터), Saoirse Ronan(1994년 뉴욕 출생, 이레나), Colin Farrell(1936 아일랜드 캐슬녹 출생,발카), Mark Strong(1963,런던 출생,카브로프), Alexandru Potocean(토마스)
 
 

상상이 가지 않은 고통이 있다. 상상이 가지 않는 광경이 있다. 분명한 것은 미처 상상을 할 수 없는 것은 보고 난 후에도 온전히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험을 하지 않은 것은 보는 것만으로 겪을 수 없다. 올 겨울 유난히 추워서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이제서야 꾸물거리며 늑장을 부리며 온 봄이 고맙기까지 한 순간에, 스크린으로 본 시베리아의 겨울은 지금의 평온함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단지 '춥다'는 것을 넘어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을 부르는 추위이지만, 그들은 자유를 위해 감내하며 계속 걸었다. '추위'보다는 고통이었다. 그리고 사막도 마찬가지로, '더위'가 아니라 그것들은 '고통'이었다.


  매달 집으로 배달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읽고 있자면, 코스모스를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다. 스펙타클을 강조한 사진과 현장감이 묻어나는 기록들은 일상과 매우 동떨어져있다는 점만 빼면 '나'를 비롯한 '인류'는 지구에 살고 있다고 통틀어 말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지구인'이란 매우 일반화된 관점에서 출발하여 지엽적인 화두로 옮겨 가며 독자들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닌 보다 다른 이야기에 주목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속한 곳이 일상적 생활 공간이 아니라 '나'란 종족이 거주하는 환경이란 인식을 갖게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지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환경, 인종이나 종교로 인한 갈등이 빈번한 지역, 새롭게 발견되어 학계에 이슈가 된 유물 등이 주로 등장한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면, 조금은 시야가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기까지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엔터테인먼트가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한 점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자연으로 눈이 호사를 누리는 점을 이해하게 한다. 하지만 인물들의 상황이 극한에 몰려있기 때문에 그 자연에만 심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감독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 배우들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산에 가서 캠핑을 하기도 하고, 언제 쓸지는 모르기에 버릴 수 없는 짐꾸머리를 실제로 가지고 다니도록 하였다고 한다. 야누즈의 무겁고 긴 장교코트는 눈밭에서 추위를 막아주고, 사막에서는 텐트역활을 하였다. 때로는 상황과는 별개로 자연의 웅장함과 장대함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전경샷이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여기 이 영화에서 자연은 또 하나의 주요한 배역을 맡는다. 그 전경샷에서 자연은 검은 점들로 밖에 안 보이는 무리들을 품는다. 무리들이 시베리아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간수가 한 말처럼 자비라고는 없는 자연, 그는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기에 풍요로운 조건을 댓가없이 주기도 하지만, 가혹한 조건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그는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자유'에 대한 갈망은 무엇보다 강하다. 그들에게 자유의 확보란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형이하학적이고 추상적인 가치가 아니라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다. 살아남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어떤 이가 말하듯이, 우리와도 가까운 북한에서는 이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탈출이란 생존과 다름 아닌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고통이 오더라도 그것을 넘어 존재를 의심치 않는 자유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그러나 나는 나이기에, 나의 현실에 비추어본다. 

 

피터 위어는 그들의 탈출에 보다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배우들을 실제 상황에 놓는다. 그래서 탈주범은 아니지만 배우들 역시 극한의 상황에서 고통을 느꼈을 테다. 그리고 감독은 인터뷰에서 밝혔듯 무리들 속에서 갈등을 일부러 유도하지 않는다. 악당과 선인의 일반적인 갈등이란 없다. 담담하게 그 여정을 좇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과 조연의 조합이 아니라, 각자가 주연인 것이다. 각자가 생존을 처절하게 추구하는 살아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스터를 보면서 얼굴 윤곽이 믿음직하고 눈빛이 깊은 점이 에드 해리스같다고 생각했음에도, 영화 중반에서야 그가 정말 '에드 헤리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주변과 함께 어우러져 나타났기 때문에 유별나지 않은 것이다. 발카역의 콜린 퍼스도 마찬가지다.


 올해 무더운 여름이 오면, 어느 순간 이 영화가 다시 떠오를 것이다.    
  1. 1944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출생. 2003; Master & Commander 1998; The Truman Show 1993; Fearless 1990; Green Card 1989; Dead Poets Society 1986; The Mosquito Coast 1985; Witness 1983; The Year Of Living Dangerously 1981; Gallipoli 1979; The Plumber 1977; The Last Wave 1975; Picnic At Hanging Rock 1974; The Cars That Ate Pari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