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터(The Fighter)2010 _ 보다 현실적으로

감독: David O. Russell[각주:1](1958-)
각본: Scott Silver ,Paul Tamasy , Eric Johnson ,Keith Dorrington
배우: Mark Wahlberg, Christian Bale, Amy Adams, Melissa Leo
아트디렉터: Laura Ballinger
미술: Judy Becker

 파이터는 분명 권투를 다룬 영화지만, '권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경기 진행에서 극적인 카타르시스를 추구하기 보다 미키 주변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이야기이다. 그러다보니 관객은 무언가 격정적인 긴장감과 해소로 인한 가쁜 숨보다 이해하며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긴 호흡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 비정상적인 가족이 나오지만, 시간의 순서대로 순조롭게 사건이 이어지므로 다큐멘터리를 볼 때와 유사한 관점을 가진다. 실제로 액자식 구성으로 그의 형 디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삽입되어 있다. HBO에서 마약 예방 차원에서 만든 것이었지만, 극에서는 디키가 개과천선하게 되는 주요 계기로 작용한다.


 때로 영상은 당시 브라운관의 화질과 같게 눈높이를 맞춘다. 특히 경기 장면에서는 화면의 노이즈도 생생히 느낄 만큼 당시 방송기술을 그대로 재현한다. 배우의 땀구멍까지 보인다는 고화질 대신, 3D로 초현실적 공간에 같이 있는 듯한 공감각을 선사하는 대신에 '아날로그'적 재현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대단한 가족, 무려 여자형제가 7명이나 우르르 등장하는 단체신에서 더욱 과거를 가까이 느낀다. 이런 복고적 취향은 영화에 바탕에 깔려있는 '가족애'의 투박하고 촌스러운 정서와 맞닿아 있다. 가족을 충분히 저버릴 이런 저런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그러지 않았고 애정을 뒤에 업고 승리하였다. 그리고 이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
 


 사실, 이 영화로 디키역의 크리스찬 베일이 남우조연상을, 멜리사 리오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아카데미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속설이 틀리지 않는 장소같다. 물론, 크리스찬 베일이 디키역의 몰입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몰입도가 너무 완벽해 보이기에 미덥지 않은 것은 왜일까? 배우들이 개성강한 조연을 맡고 싶은 이유를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특징이 너무나 강하기에 연기하는 데에 맥락을 짚기가 더 수월하며,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없이 감정을 분출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역시 연기자의 내공이 충분히 축적이 되었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어쨌든, 그런 추측은 제치고서라도, 과묵한 노력파 미키보다 온 동네를 활보하며 말썽을 일으키는 활동파 디키가 두드러지며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과잉 행동으로 사고를 일으켜 가끔 동생의 앞길을 막는 애물단지로 미움을 살만 하지만, 그의 취한 듯한 활기가 주변을 조금 밝게 하며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되는 것이다. 건들거리며 호기스럽게 동네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디키이며, 미키와 같이 앉아 있을 때 어깨동무를 먼저 하는 것도 디키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크리스찬 베일이란 배우는 실제로 내성적인 성향이 강할 수도 있고, 그렇다면 그 반대의 측면에 서 있는 디키역을 소화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결과적으로 그는 연기가 너무나 신묘하리만큼 완벽하기에, 더욱 연기자와 배역 간의 관계를 상기시키는 아이러니를 낳았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1. 필모그래피 ; Nailed, 2009 ; I Heart Huckabees, 2004 ; Three Kings, 1999 ; Flirting With Disaster, 1996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 Spanking The Monkey, 199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