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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22 BURNING, 진실의 화형대_libération 일간지 번역

BURNING, 진실의 화형대_libération 일간지 번역

<<버닝>>

진실의 화형대



생생하고 강렬한 영화, 감독 이창동 영화 버닝은 형이상항적 사냥과 로맨틱 스릴러를 오가며,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가장 빛난 작품 중 하나이다. 비록 삼각관계의 로맨스는 서서히 타오를 지라도. 


버닝의 주변부애서부터  낯선 감각의 신호들이 이야기를 이끌며, 신비로운 후광과 빛무리로 가득 차 있는 가운데, 그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것이 진실인지 끝내 밝히지 않는다. 

안락하고 소박한 집에 엉뚱한 여인, 해미가 그의 어릴 적 친구 종수를 초대한다. 정말 우연으로 몇년 만에 서울 길 한복판에서 만난 그들은, 알몸이 되어 침대에 서로의 살갗을 맞댄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이 젊은 청년은 벽에 내려앉은 빛줄기에 이상한 호기심을 가진다. 단지 해미가 여기에 대해 이전에 짧게 이야기했을 뿐 : 타워에 비치는 반사현상 때문에 들어오지 않는 햇빛이 하루 중 아주 잠시 들어올 때가 있다고 말이다. 모든 혼란들이 닥치기 전, 종수는 그녀와 섹스를 하고, 그녀와 해미를 둘러싼 신기루까지 사랑하게 된다.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해미는 잠시동안의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길애 벤이란 인물과 함께 나타난다. 매력적이며 침울한 구석이 있는 비밀스런 개츠비인 벤은 그녀와 가까워진다. 종수는 말이 없다. 작가가 되려는 한편, 임시 직업을 전전한다. 해미와 벤 무리와 어울리는 한편, 아버지의 폭행 형사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


변종의 수사물


우린 가끔 가까운 것을 보지 못해》, 벤의 말이다. -이 꽃들 중 하나인 버닝에 수상리스트에 빠뜨린 아마 칸 영화제 심사위원단에게도 해당하는 말일 듯하다-. 방화증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 (1987) 을 각색한 데서 출발한 이 영화는, 종수가 살고 있는 마을에 즐비한 비닐하우스를 태우는 것이 취미라는 벤의 고백에서부터 미스테리가 발생한다. 

이 수수께끼같은 고백에서부터 영화 자체와 주인공 종수는 새로운 긴장감으로 연소하기 시작한다. 현대 영화에서 꾸준히 맥을 이어오는, 여자등장인물의 소실현상과 동일 선상으로, 해미는 증발한다. 그녀의 실종에 대해 어떠한 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관객의 의심은 짙어지기만 한다 : 해미가 종수에게 부탁한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아마도 유년시절의 트라우마가 빛어낸 환영일 수도 있지만, 아니면 위협이거나, 그 무엇이 되었든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영화는 스토리라인의 수수께끼같은 매듭이 이어지면서 인물들에게 부여된 무언가가 현실에서 진동하게 하고 있다. 감독 이창동은 취조와 심문, 시적 드라마, 변종의 수사물 같은, 유사 누아르, 감정의 흐름, 로맨스 사이에서 모든 전극을 자극하며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그리고 이야기는 디테일, 신호, 단서들, 산만하게 펼쳐지는 상황들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 욕망, 환상, 거짓말, 노출된 흔적들, 범위를 벗어난 불순한 목표, 그 가능성과 암시. 단지 가정만 있을 뿐이다. 저강도의 빛 아래 힘, 저속하거나 끔찍하거나, 어렴풋이 드러날 뿐이다. 푸르스름한 안개를 해치며 종수는 달린다. 이 망상을 끝내기 위해. 야생의 그것이 된다.


끈적한 우울


버닝은 이상한 감정을 일깨운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하지만 완전히 당황하게 하는 그런 감정. 심연의 흔들림이다. 침묵의 격노이다. 보란듯이 하지만 감춰진 채로(부의 상징이나 외모, 시선 등), 예기치 않는 행동으로 배어나오게 (지나치게 하품을 자주 한다거나 라이터를 잃어버린다거나)  한다. 우리는 모른다. 절대 알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각자가 각자의 환영을 만들어내듯). 벤의 진실이 무엇인지, 호의적 웃음 뒤에 어떤 분노가 있는지 말이다.

추적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깊은 우울감을 느낀다-종수가 해미를 더 찾을 수록,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시선은 더욱 잠기고, 절망적으로 상황이 전개되며, 어떠한 모호한 가능성 조차 추측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바로 거기에 영화 버닝 의 힘이 있다. 매복된 함정이거나 동시에 피난처이기도 한 작은 프레임 안에 인물을 놓이게 하는 것말이다.


글 제레미 피에트 Jérémy PIETTE


《시네아스트가 자신이 꿈꾸는 바가 모두 실현되었다고 느끼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남한출신 감독 이창동은 그의 예술세계의 변주 선상에서 비디오게임의 영향을 받아 영화 《버닝》을 탄생시켰다. 


우선 드라마작가, 그다음 소설가, 그 다음 시나리오 작가( 한국의 문화부 장관직을 짧게 맡기도 했다). 감독 이창동은 1997년 첫 장편영화 초록 물고기 로 감독으로 데뷔한다. 이후에 2000년도 칸 영화제에 주목할 만한 시선에 그 차기작 박하사탕 을 만들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다. 이후에 오아시스 로 베니스 영화제에 감독상 수상을 하고, 이어지는 작품인 밀양 은 칸 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출품되었고  시 는 각본상를 수상한다. 2018 년 칸 영화제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8월 파리에서, 버닝 의 상영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세상의 수수께끼》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린 감독을 만나본다.


마지막 작품인 시 이래로, 8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버닝 의 스타일과 주제를 오랫동안 모색해온 탓인가요...오랜 기간이 걸려 적용한 이런 형식은 어떤 겁니까?

말로 설명하기 힘드네요. 내 개인적 기준에 부합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왜냐면 관객들이 내가 해오던 과거의 것들과 지금 하고 있는 현재의 것을 구분할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하거든요. 어느 한순간 나 자신과 맞는 것이기에,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그 때까지 나와 관련되어 구상하던 3가지 프로젝트를 끝냈고, 사람들이 신작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왜 촬영을 더 안하냐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다소 위험한 비유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마치 모두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하는 여인이 내게만큼은 그렇지 않은 경우같다랄까요...별로 안좋아해요. 어떤 동기가 필요했죠. 그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었어요.     


영화에는 언어화하기 힘든 면이 있습니다. 미장센에서도 그렇고 여러 상황을 혼란스럽게 섞는다거나, 아예 대화가 없거나 하는 장면이 많아요...

항상 가지던 생각인데, 영화가 관객으로부터 대리경험을 하게 하거나, 픽션이 관객을 몰아부치며 자극하고 거기 안으로 몰입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로켓을 타고 우주를 여행하거나, 영화 뒹케르크 Dunkerque 처럼, 정말 적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할 수 있죠. 비디오게임같이 증강현실이 개발되면서 더욱 그러한 완전한 몰입이라는 현상을 강화시키는 거죠. 종수의 내밀한 세계관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마주한 현실과 거리를 두는 동시에, 그것을 인지하는 방식이요. 관객은 그의 시선을 통해 보이는 것들이 가진 의미를 의심하게 하는 겁니다.



버닝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로맨스 삼각관계를 말하기도 하는데요. 종수는 서민층인 반면, 벤은 물질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상류층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차이는 현 사회를 말하기 위함인가요?

이 두 젊은이는 현 사회에서 나왔고, 그 차이를 자동차로 극명하게 보여주길 바랬어요. 유머러스한 비교이긴 한데, 종수는 낡은 픽업트럭을 타고 벤은 포르세를 타는 식이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죠. 전반적인 생활수준은 높아졌지만, 부의 격차는 커지는 반면, 그러한 그늘은 경제성장과 자본주의의 성과로 가려지고 있잖아요. 그러한 불평등도 현재의 미스테리이자 문제인 셈이죠.


그럼 거기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싶으신건가요?

내 생각으로 정말 문제는 우리가 그 격차의 나쁜 점이 무엇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봐요. 나쁜 점 또한 멋지게 보다 매력적이고, 보다 유혹적으로 포장되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벤이란 인물은 어쩌면 냉혈한 사이코패쓰일 수도 있지요. 현대에 있어 수수께끼는 그런 모든 것들이 섞여있다는 겁니다....조금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더 설명하려고 하면 할 수록, 영화가 너무 어두워졌다거든요(웃음).


어떻게 촬영을 준비하시나요? 사전 답사를 많이 하시나요?

만화가가 아닌 이상, 영화가 어떻게 되어갈 지 상상 예측하긴 힘들어요. 시나리오 단계에서, 머릿속에 그린 영상은 있지만, 꿈처럼 모호하죠. 잠재적인 상태에서 캐스팅 단계와 사전 답사단계를 거치면서 보다 명확해지죠. 이 영화에서 장소는 특히 중요했는데, 빛이 항상 주요한 역활을 맡기 때문이예요. 석양씬이 유독 많은 데, 빛의 방향에 대해 유달리 주의를 했어요. 해미가 두 청년 앞에서 반전라로 춤을 추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심장같다고 할 수 있어요. 종수 아버지의 농장을 묘사하기 위한 장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너무 잘 지어진 곳이 아니어야했고, 석양빛이 잘 보여야 했고, 원경으로 산이 보이는 들판이어야 했고, 가축도 몇몇 있고, 넓게 펼쳐져 열려있지만, 동시에 흔해빠진 것이어야 했죠. 그래서 북한과의 경계선 상에 있는 지역들을 카메라 감독과 많이 돌아다녔죠. 시퀀스 말이에, 카메라는 인물들을 내버려두고, 풍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나무나 화면 밖의 것들에 더 이끌리는 움직임을 보이죠.


왜 그 순간에, 왜 그런 카메라 무빙을 하도록 하셨나요?

그 장면은 삶의 모든 요소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이데올로기적인 국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석먕이 있고, 소똥의 구린 냄새가 나고, 달이 기울고, 마리화나를 피우고, 마일즈 데이비스 Miles Davis 의 음악이 있고, 여성의 아름다운 나신이 있고, 그러한 모든 추하고 더러운 요소들이 아름다움과 섞여있죠. 개인적으로 이 씬이 너무 정확하거나 계산되어진 것처럼 보이질 않게 바랬어요. 어떤 즉흥적인 것이길 바랬죠. 멀리서 구입한 Scorpio 스코피오라는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카메라 기사가 리모콘으로 전담한 덕에, 배우들이 비교적 움직임에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그 움직임을 따르기는 하지만, 너무 적확하게 할 필요는 없었어요. 

해미가 프레임을 벗어나면, 촬영기사는 더 이상 그녀를 좇아갈 지 아닐 지 모른 상황에서 회전하거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찍거나, 더 높이 날아올라 나무의 가지를 찍기에 이르죠.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모니터 앞에 있으면서 촬영기사와 어떤 무언의 교감을 하고 있는 인상을 받았어요. 내가 보고싶어하는 바를 그가 정확히 캐치하고 있었거든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예요. 어떠한 시네아스트라도 자신이 꿈꾸는 바, 빛, 장식, 배우나 카메라 무빙등,를 정확히 실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한국 팝 문화 스타 배우인 유아인에 대해 한마디 하실 수 있을까요?

네, 유아인은 스타죠. 흥행작에서 드라마적 책임이 큰 역활로 많이 연기를 했었죠 : 그 아비에 의해 감금되어진 한 젊은 왕, 편집적이고 악마적인 사장의 아들 등이요. 그는 아주 표현적인 역활에 적합한 배우입니다. 그래서 나는 반대적으로 그의 용모나 과거 행적에 맞지 않는 이 종수란 인물을, 극도로 내향적인 인물을 맡기는 거에 흥미를 느꼈어요. 배우 대부분이 이 영화에는 대화씬이 별로 없고, 연기라고 해서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을 이해했죠. 일반적으로 배우들은 무언가 표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긴장 상황이고, 유아인도 촬영 초기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죠. 하지만, 그에게 먼저 걷는 것부터 달리 해보라고 유도했고, 그 때부터가 점차 종수란 인물에 가까워지는 순간이었죠.

그 이후에, 종수의 얼굴 표정, 그가 사람들을 보는 시선, 동시에 살짝 벌려진 입술, 얼빠지거나 놀란 듯한 인상들을 연구하기 시작한 거죠. 나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내 젊은 시절 모습과 똑같다고 하더군요(웃음).


문화부 장관직에 있으실 떄 영화진흥책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한국의 상황은 어떻나요?

작가 영화는 사실상 위험한 지경이예요. 프랑스는 아주 정책적으로 지원이 탄탄하고, 중국이나 발리우드는 자국영화에 대해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어요. 한국은 생동감있고 활발한 영화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 층의 관객들은 다수의 흐름을 따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자극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영화들이 표준화된 취향에 맞춘 소비상품이 되어가는 경향이 있죠. 영화에서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쉽게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려버리죠. 이러한 차이때문에, 작가들이 더 이상 작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개인적으로 항상 《상업적》이거나 《전통적》인 영화를 만들어왔어요. 캐스팅도 그렇고, 표준의 프로덕션들과 함께 한 것도 그렇구요. 하지만 점점 제작지원을 찾기가 힘들어질 것이고, 결국 관객들과 만나는 것도 힘들 것이란 전망이예요.


디디에 페롱 DIDIER PÉ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