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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03 버린물건 #3 ; 디퓨저

버린물건 #3 ; 디퓨저

 

 

나는 개띠이다.

개처럼 냄새를 잘 맡는다.

 

그래서 좋은 향수를 맡으면 더없는 황홀감에 좋기도 하지만

악취를 맡을 때는 너무나 고통스럽다.

일반적으로 '아, 짜증나' 정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머리에 두통이 올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그래서 늘 서랍 한구석에는 향초며, 아로마며, 그런 자질구레하지만

내 후각을 위해 제 한몸 불사를 준비가 기꺼이 되있는 재료들이 있다.

 

 '후각'이란 다른 감각(시각,촉각,청각,미각)들 보다

'공간'에 깃든 과거와 더욱 긴밀하게 작용한다.

공간의 부피, 공간의 구조, 공간의 순환, 공간의 습도, 공간의 일조량 등등이

그 특유의 냄새를 결정지으며 하나의 정체성이 된다.

 

그 공간이 '사람'이 될 때에, 나는 그 사람의 성향이나 기질을 가끔 추론해본다.

나 혼자 놀아보기식의 허튼 공상일 수 있겠지만,

버스나 지하철, 길가에서 낯선 사람들에게서 나는 체취는

그사람의 그 과거에 대한 단서를 얼핏 흘린다.

어떤 이는 점심 때 먹은 메뉴를,

어떤 이는 진한 향수로 잔뜩 과시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며

또 어떤 이는 담배의 노예가 됐음을, 아니면 담배와 벗을 할 정도인지,

어떤 이는 아기분냄새를,

어떤 이는 운동한 후 나는 땀 냄새로 '쾌남'(?)의 냄새를 풍긴다.  

그 조각 조각들은 다시 하나씩 모아져서 어떠한 형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