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세. 텍스트(;écriture en français par moi'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0.12.15 자이언트-김빠진 맥주, 어디에 쓸까

자이언트-김빠진 맥주, 어디에 쓸까

자이언트가 종방이 되었다. 그동안 최강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SBS의 효자노릇을 했기에
돋보이는 결말까지 기대한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신록의 5월부터 2010년도 말까지 6개월여간 월화요일
저녁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해준 자이언트이다.
새롭게 아테네라는 첩보액션드라마가 출격된 중에서
아직 지난 자이언트가 남기고 간 짙은 향수가 더 그리워진다.

드라마 초반에 1900년대 중반 다소 가족의 결속력이나 아버지를 모든 이야기 시작의 중심에 놓으면서 서민적인 감수성에 호소하는 듯해 오히려 반감이 있었다.

하지만, 아역들이 다소 뻔한 못난오리의 성장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자
본격적으로 악의 축인 조필연과 대결구도가 형성되어 스토리 전개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강모가 삼청교육대에 있던 시기.
       
개인적으로 이 시기의 모습이 더 매력이 있다. 처한 상황에 비추어 가슴 속 야망이 더욱 커지며 향후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이런 눈빛이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글래디에이터』의 막시무스장군(황제의 신임을 받는 로마의 장군에서 글래디에이터로 전락한 후, 복수극을 펼치는 비운의 영웅 )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막시무스에게는 없는 신기술을 발견했으니, 그보다 훨씬 머리는 비상한 듯 하다. 

  
그과정에서 권력을 두고 선굵고 거친 양상이 드러났는데 특히, 
이강모가 온갖 탄압을 받다가 결국삼청교육대에까지 가서 고초를 겪으며 
와신상담하는 대목이 가장 재미있었다. 동료의 억울한 죽음에 손잡고 노래를 부르며 저항하던 장면은 굉장히 어색했지만, 강모가 시멘트를 건조하는 신기술을 발견해 쾌거를 이루는 것은 반전의 미학을 살린 장면이었다. 

그리고 한강건설이 신기술 보유한 중소기업과 최정연의 남모르는 도움으로 협력하여 일어났을 때에도 시청자에게 인상을 깊게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정치적인 대결이 자주 등장하고 이전의 기업과 기업간의 이른바 전략싸움에서
정치적모략 및 모함.술수가 판치자 점점 마당이 어수선해지면서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이전은 시대감을 살리기 위한 
미장센과 인물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야외신이 많았지만, 
점점 장내.실내신이 많아진 탓도 있었다.

특히 이강모가 한강건설 사장이 된 이래, 만보건설 조민우 사장과의 대결은 항상 바로 눈앞의 일만 막는 하수의 몸부림이 판을 치고, 애처로워보이기까지했다.

애써, 이강모와 이성모, 갈수록 악해지기만 하는(그래서 아주 비현실적인) 조필연과의 대결의 명분을 강조하다보니 스토리전개에 '전쟁을 위한 전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타이틀부터 예전 손수 그린 극장판 포스터와 나열된 인물들의 삼각구도가 끝까지 뒷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었고,



이강모는 양복을 입은 모습이 어울리지 않다.


엔딩크레딧에서 항상 강모의 강한 눈빛에서 다음 회를 기다리겠다는 충성심을 불러일으켰으나, 이미 뚜껑이 따져있는 지도 모른채 시간이 지나 종내에 김이 빠져버린 맥주 앞에서
실망감이 말할 수 없다.

서둘러, 해피엔딩으로 인물들에게 하나씩 연말보너스지급하듯 병력식 구조는
참으로 아마추어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아마추어라면 보다 재기발랄하게 시도를 했을 것이다. 설령 그것이 대중에게 친근하지는 않더라도, 상투적이라는 오명은 벗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드라마는 끝났고, 이씨 가문과 조씨 가문의 싸움은 끝이 났다.
12월에 끝났지만, 내가 본 자이언트는 진작에 끝났는 듯하다. 후반부는 솔직히 의무감에 본 회도 적지 않다. 현실을 빌려와서 드라마의 지지를 얻었지만, 결국은 현실을 배반하고
드라마라는 정체성을 너무나 분명히 드러내면서 그 지지를 허무하게 만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