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책 팔기
On ne peut vaincre le mal que par un autre mal.
Je déteste les victimes quand elles respectent leurs bourreaux.
Il faut affirmer si nous voulons comprendre, et nous donner si nous voulons sentir. 무엇인가 느끼고 싶다면, 정말 그 것을 이해하고 싶은 지 자문해봐야 한다.
Il n'y a pas de liberté donnée ; il faut se conquérir sur les passions, sur la race, sur la classe, sur la nation et conquérir avec soi les autres hommes. 그냥 주어진 자유란 없다 ; 그 것을 위해 열정을, 인종을, 사회적 계층을, 국가를 그리고 다른 인간을 정복해야 한다.
예전에 생 미쉘 Saint-Michel 을 지나가다 보았던 Gilbert Jeune 책방에서 헌책을 팔기 위해 길게 줄 서있던 것을 보았던 지라, 오늘은 나도 책을 팔아보리라 작정하고 찾아갔다. 가져간 책은 작년 릴 Lille 에 벼룩시장에 갔을 때, 10유로를 주고 샀던 만화책 '모비딕 Moby dick ' 과 Auchan 오셩 마켓에 갔다가 11유로를 7유로에 할인하는 것에 혹하여 구매했던 ' 명언집Citation (블로그에 올리는 이 글들은 바로 이 책에서 건진 것이다) '이다.
금요일 오후, 즉 평일 오후였지만 여전히 사람은 많았다. 나는 책 두권과, 잡동사니 때문에 어깨가 빠질 것 같았지만, 짐짓 여유있는 행색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다. 한 시간 여 동안 앞사람들은 큰 보따리, 혹은 큰 여행가방 가득 담아온 책을 꺼내놓았고, 직원은 바코드를 찍어 다시 택을 붙여주었다. 문득, 달랑 책 두권만 가져온 내가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가져온 사람은 나 뿐인 듯 했다. 다들 적어도 스무권은 되보이는 듯한 책을 이삿짐 옮기듯 다루고 있었다.
나는 '헌 책을 산다'는 정보만 알 뿐, 나머지는 어떻게 가격이 매겨지는 지, 저렇게 다시 태그를 붙이면 어디서 값을 받는 지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오자 불안해졌다. 바로 데스크에서 현금으로 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듯 했다. 옆에 사람한테 물어보자니, 시선이 내게로 일제히 쏠릴 것 같아 불안했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배짱 아닌 배짱으로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왔고, 내 이름과 주소를 묻는 절차가 끝나고, 다소곳이 올려놓은 내 책을 스캔하더니, 직원이 짧게 내뱉은 말.
'이 책은 받지 않습니다.'
'네?'
'이 책은 저희가 구매하지 않습니다. 이미 있는 책이예요.'
그랬다. 모든 책을 구매합니다.라는 문구가 버젓이 쓰여져있지만, 사실은 판매가능성이 별로 없는 책이거나, 실제로 재고가 많은 책은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한시간 여를 기다린 후에 알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허탈하게 뒤돌아 나오면서, 고개가 숙여졌다. '나 책 좀 봅니다' 하는 차림새의 사람들, '나 공부 좀 한다'하는 분위기의 사람들이 나를 의아하게 보는, 혹은 호기심어리게 보는 듯 하여 얼른 자리를 빠져나왔다.
...
벤치에 앉아 이 책을 무조건 오늘 처분하고 가리라 마음먹었던 지라, '버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집으로 들고 왔다. 질긴 인연을 받아들이리라.
얼마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모비딕'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문득 생각났다. 거기선 흰 고래를 '백색 유령'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책도 나를 떠도는 유령인가. 받아주는 이가 없다니.
참 너의 처지나 나의 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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