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과 수도세
내게 온전하고 좋은 의견이 있다고 생각한다 ;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게 내것이 아니라 믿지 않을까? 가장 좋은 증거는, 나 스스로에 대한 조금의 믿음 뿐 이다.
나는 여행의 이유를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답한다; 여행이란 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기쁨의 다양한 원천은 그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 멈추어버린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다 : 거기에는, 우연을 활용할 것.
여기 프랑스, 아니 파리에 집을 얻기란 참 어렵다. 더군다나 외국인이라 말이 서툴고, 현지에 프랑스인 보증인을 서류에 적을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 여기에 나도 포함해서, 은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기란 그야말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서울 하늘에서 샛별 발견하기'이다.
지금 잠시 체류하고 있는 동생네 집은, 사실상 주인 목사부부가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임시숙소이다. 컨테이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난방비가 전기세에 포함되어 있는 데, 한달치가 거의 200유로, 35만원에 달하는 터무니없는 가격이 메겨지는 곳이다. 동생이 불어를 못해서, 처음에 이 집을 감지덕지하며 얻었는데, 문제는 2달치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주인 목사 부부가 다른 이유를 내민 것이다. 요지는, 3달마다 수도세가 나오는데, 동생이 계약이 끝나고 나가는 시점 이후로 수도세 고지서가 나오기 때문에, 보증금을 그 때 돌려주겠다는 말이다.
아무리 수도세가 많이 나온다한들, 2달치에 해당하는 보증금 260만원에 못미친다는 상식을 굳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동생이 계약이 끝나서 한국으로 귀국하면 다시 이 곳에 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만약 목사 부부가 한국 계좌로 입금을 하지 않고 입 씻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하더라도, 이들이 불법 개조를 한 집으로 계약을 한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목사부부의, 하필이면 목사 부부라 더 괘씸한 노릇, 이들의 억지는 눈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이다.
그래도 '같은 한국인'으로 환대는 기대하지 않지만, 이런 억지 횡포에 떳떳하게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라는 태도는 '이거 대체 뭐 어쩌란 말이지'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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