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쥐는 서울 치즈가 맛있다고 느낀다

 

이 곳, 프랑스.

참 먹을 거리가 많은 나라다. 아니, 먹을 거리가 참 지독하게 세분화되어 있는 나라이다.

하나의 식품이라도 브랜드는 물론이고 원료의 원산지, 지역별 만드는 조리법, 재료의 가공 방식, 그 만드는 방식에서도 강도에 따라 퍼센트별로 조목 조목 망라되어 나온다.

베스킨라빈스 31 에서 아이스크림의 맛을 고를 때 고민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마트에 가면, 특히 대형 마트에 가면 더더욱 그렇지만, 한 동안 너무나 많은 종류에 어안이 벙벙해 질 정도이다. 나는 그냥 '겨자 소스'를 사고 싶었는데, 종류가 30가지는 더 되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마트는 사는 데 크게 결정적인 영향은 없지만, 신경쓰면 재미있는 아주 사소한 별별 호기심을 지어내어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이 놈이 저 놈하고 다른 게 먼데 왜 더 비싸지, 비슷해보이는 데 '더 정제된 맛'이란 대체 어떤 맛인가, 왜 이렇게 가격이 다르지?

 이렇게 호기심에 끌려서 산 먹을거리들이 정작 허기를 채우기 위해 산 것보다 종종 많아지곤 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하게, 식료품비가 지난 3,4월에 너무 많이 나왔다.

 

나는 신 맛, 매운 맛, 톡 쏘는 맛(이 맛은 한국에서는 미처 그 존재를 몰랐다가, 이 곳에 와서 발견한 후 새롭게 좋아하게 된 맛.)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거트, 디종 머스터드, 탄산수를 자주 산다.

요거트는 그 브랜드는 물론이고 유지방 함유량, 첨가물, 가공 형태, 방식, 지역별 특산물에 따라, 종류가 못해도 수십여가지, 많게는 백여가지는 거뜬히 넘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 마트에 진열된 가짓수에 열배는 되어보인다.

 

혹자는 탄산수를 마시는 나를 보며, '프랑스 여자'가 다 되었다곤 한다.

거,참. 프랑스 여자 되기 십다.

 

지난 4월에는 '연어'에 중독되어 한동안 먹고 이래저래 먹다보니, 예산보다 훨씬 초과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 5월 달은 거의 먹을 거리를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서만 사도록 노력하였다.

그래서 결과는?

불행히도,  '서울 치즈'에 푸욱 빠져버린 이 시골쥐는

허리띠를 단단히 채우는 데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제발, 멈추어야 한다. 형편을 생각해라, 이 철없는 시골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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