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하고야 만다.
오늘에서야 그나마 달랑거리며 아슬하게 붙어있던 '정'을 가볍게 떼어주셨다.
하루 종일 기름 쩐내와 화기에 눈이 빨갛게 충혈되면서
일해보았자 늘 돌아오는 건 훈계, 잔소리, 그리고 질책. 갑들의 짜증섞인 신경질.
오늘은 저녁장사까지 일하는 날이다.
내가 직원들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닭백숙'.
나는 닭백숙을 '더 맛있게 하고자' 그 안에 밥을 넣었다.
하지만, 갑은 '내 가게에서 재료를 낭비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어'라며
불같이 화를 낸다.
나는 재료를 낭비할 생각으로 넣은 것이 아니다.
단지, 닭백숙 국물에 적신 밥이 맛있을거라는 생각으로 한 거지만,
결국은 '맛없게 되었고', 결국 '재료를 낭비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갑'들이 손수 사다준 'BIO 닭'님을 곱게 모시지 못해 몹시 죄송한 지경이 된 것이다.
그건 그렇다.
저녁 장사는 10시 30분까지이다. 보통 10시전후로 주문이 마감되어야,
주방정리를 할 수가 있다.
여기서 주방정리란,
모든 집기들을 설겆이하고, 재료들을 맞는 뚜껑을 찾아 덮고, 바닥까지 물청소를 다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기름때에 절어있는 것들이라, 두세번은 빡빡 씻어야 되서 30분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그렇게 원리원칙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갑'께서는
10시 30분이 되서도 주문받는게 태반이다.
그러면서 10시 35분 즈음 되면 주방으로 와서 위생상태에 대해
지적을 하시며, 왜 이렇게 더럽냐, 왜 이렇게 대충하냐 한다.
시간안에 못끝내는 건 '갑'이 늦게까지 주문을 받아서가 아니라,
'을'이 더 빠르게, 아직 입에서 단내가 덜 났기 때문이다.
안면몰수하고 이렇게 묻고 싶다.
시간이 되면 물론 더 깨끗하게 합니다. 사모님.
그 시간에 저는 놀았나요? 아니요. 눈앞이 뿌애지도록 혼이 나갈 정도로,
발이 땡땡부을 정도로 일해도
늘 시간은 모자라고, 늘 동네북이 되고 만다.
오히려 고맙게 여길테다. 이 곳을 떠날 때 아무런 미련없이 갈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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