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것은 나의 방이 아니다.
<켜켜이 겹쳐 있는 서류철.
코르크 마개를 여러 개 쌓아놓은 유리컵.
크고 향기 나지 않는 양초.
말린 꽃.
JDCeaux 표지판.
이 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중간 계류지 그 몹쓸 기억을 안겨준 그 방에서의 한 컷이다.
그 때 처음에, 나는 타인의 인생을 너무 가까이서 예상하지 못하게 맞닥뜨려서 당황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비좁게 열지어 있는 파일철과 책 나부랭이, 그리고 책장 위로 옹기종기 모아놓은 것들이
그들이 이 곳에서 머물렀을 시간들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은 누구의 것이라도 순간 정신을 멍하게 한다.
이렇게 몰래 그림으로 남기는 것이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생각일 뿐.
나는 이렇게 또 몰래하는 그림을 그린다.
왜?
나는 무언가를 느꼈고,
나는 말하고 싶으니까.
빈 집에서 살던 사람이 남기고 간 '시간'을 보는 것.
그건 때로는 '사람'그 자체보다 더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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