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뒤바뀐 환상
par 장철수, 2010
서영희, 지성원, 백수련, 박정학, 배성우
영화는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복남'이라는 여자가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 같이, 영화는 살인을 둘러싼 범죄 스릴러적 긴장감을 겨냥하기 보다 그 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전후 내막을 파헤치며 인과응보의 한 사례를 풀어놓는다.
고립되서 폐쇄적인 마을은 상대적으로 약한 복남을 자신들의 공공의 노예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게 단지 마을사람들이 악인이라서 그런가? 복남은 억울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누구의 죄가 크냐를 따지기 전에, 집단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함께 저지른 '죄'는 '나'의 책임이 아니다. 단지, 거기서 한 명의 피해자는 있을 뿐, 가해자는 없는 것이다. 악질적인 구조에서 복남은 벗어날 수 없었고, 자신의 힘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친구의 도움을 애타게 구한다.
낫으로 베를 벼듯 싹둑! 이 장면은 음향효과의 인상이 매우 강하다. 아직 귓가에 맴도는 듯...
예전에 본 영화 중에서-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배신한 애인을 미용실 의자에 앉혀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머리를 자른 장면이 떠올랐다. 괜시리 내 목이 근질거리는 느낌이다.
영화는 이 장면부를 기준으로 급격하게 '슬래셔무비'로 돌아선다.
그리고서는 영화가 끝난 후, 태연히 이렇게 시치미를 떼고
평화로운 과거로 돌아간다.
복남과 해원의 좋았던 한 순간을 보여주며
마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1998)의 한 장면처럼 순수했던 동심으로 가득했던 때로 그려진다.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 좋았던, 섬을 둘러싼 상황을 풍경과 섞어서 절묘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던 것이 후반부에 지나친 막장으로 연결되는 게 연출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다. 연출자가 핏줄기가 솟구치는 장면에 애착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피'와 '살인','섹스'를 유사하게 함축시키는 의도는 알겠으나, 조금 직설적인 화법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긴 하지만...
서영희, 지성원, 백수련, 박정학, 배성우
영화는 외딴 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복남'이라는 여자가 있다.
제목에서 말하는 것 같이, 영화는 살인을 둘러싼 범죄 스릴러적 긴장감을 겨냥하기 보다 그 사건이 벌어질 수 밖에 없었던 전후 내막을 파헤치며 인과응보의 한 사례를 풀어놓는다.
고립되서 폐쇄적인 마을은 상대적으로 약한 복남을 자신들의 공공의 노예로 삼는다. 그렇다면 이게 단지 마을사람들이 악인이라서 그런가? 복남은 억울한 피해자이기만 할까? 누구의 죄가 크냐를 따지기 전에, 집단심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함께 저지른 '죄'는 '나'의 책임이 아니다. 단지, 거기서 한 명의 피해자는 있을 뿐, 가해자는 없는 것이다. 악질적인 구조에서 복남은 벗어날 수 없었고, 자신의 힘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에 친구의 도움을 애타게 구한다.
하지만 그의 친구 해원은 현실에 밝은 사람이다(그녀의 직업은 은행직원이다). 영화는 그런 해원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그녀가 목격한 살인사건의 에피소드를 초반부에 보인다. 그녀에게 섬은 피난처일 뿐, 복남에게 베풀 호의란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을 알리 없는 복남은 딱하게도 해원에게 애걸복걸한다. 그럴 수록 해원의 태도는 차갑지만...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섬을 탈출하기 위해 몰래 배를 타려다, 남편에게 머리채를 잡혀 개처럼 맞고 있다. 이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고 평화로운 섬'이라는 생각을 보기좋게 뒤엎는다. 마치, 멀리서보면 모든 것이 희극이듯이, 풍경사진작가의 시선처럼 관조적인 컷에서 상황을 목격하면서 이입을 하게하는 컷으로의 급격한 반전이 이루어진다.)
이 컷은 복남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구도를 가진다. 주저앉아 무력한 시선을 보내는 복남은, 카메라 프레임에 온전히 보이지도 않는다. 반즘 잘려져서, 잡아먹을 듯이 달겨드는 마을사람들에게 무방비로 놓인 사냥감인 것이다.
여인의 푸근한 가슴처럼 이 봉긋히 솟은 둔덕은 '아이'의 것이다. 비가 오면 씻겨 흘러갈까 그 흙을 다지느라 발을 움직이는 복남이 유난히 더 가벼워보인다.
영화에는 또 다른 관찰자가 있다. 넋이 나간 할아버지인데, 아무도 이 할아버지의 마음은 모른다. 단지, 그는 복남이 뭇매를 맞을 때에도 복남이 낫을 들고 머리를 자를 때에도 아무 말이 없었다.
낫으로 베를 벼듯 싹둑! 이 장면은 음향효과의 인상이 매우 강하다. 아직 귓가에 맴도는 듯...
예전에 본 영화 중에서-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배신한 애인을 미용실 의자에 앉혀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머리를 자른 장면이 떠올랐다. 괜시리 내 목이 근질거리는 느낌이다.
영화는 이 장면부를 기준으로 급격하게 '슬래셔무비'로 돌아선다.
그리고서는 영화가 끝난 후, 태연히 이렇게 시치미를 떼고
평화로운 과거로 돌아간다.
복남과 해원의 좋았던 한 순간을 보여주며
마치 영화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1998)의 한 장면처럼 순수했던 동심으로 가득했던 때로 그려진다.
초반부에서 중반부까지 좋았던, 섬을 둘러싼 상황을 풍경과 섞어서 절묘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던 것이 후반부에 지나친 막장으로 연결되는 게 연출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다. 연출자가 핏줄기가 솟구치는 장면에 애착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 '피'와 '살인','섹스'를 유사하게 함축시키는 의도는 알겠으나, 조금 직설적인 화법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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