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ice스플라이스-약 500만분과103분 사이

par Vincenzo Natali,2010

 
영화 <파리,사랑해> 에서 흡혈귀 에피소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시각적 강렬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영화 <씬 시티>의 한 토막을 잘라온 듯,영원한 호빗의 히로인 일라이저 우드Elijah Wood가 등장하는 그 장면으로 파리의 일상에서 오는 여타의 부드럽고 잔잔한 에피소드에서 유독 두드러졌었다. 그 에피소드의 장본인이 스플라이스의 감독이었을 지는 후에 알았다. 또, 여기에 <판의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길예르모 델토로가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나니아 연대기>로 아카데미상 특수분장상을 수상한 KNB FX그룹과 <사일런트힐><레지던트 이블> 등에 참여한 C.O.R.E. 디지털 픽쳐스가 합류, 완벽한 SF 판타지 스릴러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팀을 꾸리기까지 준비기간은 10여년, 분으로 어림잡으면 5백만여 분이다.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노하우가 쌓일 때까지 연출을 미뤄온 후일담을 들으니, 긴호흡을 가질 수 있는 점이 부럽다.
물론 영화가 장르적 특성이 두드러지다보니, 감상포인트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감추지 않고 드러나는 상투적 연설이라도 가끔 수려한 말솜씨에 끝까지 주의해서 듣는 것같이,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과 두 배우의 흡인력있는 연기가 단순한 장르영화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게 해주는 역활을 한다.
영화 후반부, 전대미문의 괴수SF영화<에일리언>을 연상시키며, 후편을 기대하게 하지만,
정작 이 영화는 그 와는 또 다른 내면에의 고찰이 엿보인다. 얇은 비단 커튼에 가려진 방처럼,
완전히 비밀에 쌓여있지도 않은, 그렇다고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은 공간을 슬쩍 내비친다.
그 기이하고 몽환적인 감상을 부르는 방 속에 섬뜩이는 잔인한 진실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영화라면 메이킹필름을 다큐로 제작하면 더 흥미로울 듯하다. 5백만여분이  다큐로 되려면 날고기는 편집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과학실험이라는 명분으로, 드렌을 만들고 길들이며, 자신의 기대에 머무르기를 바란다.
드렌이 화장을 하고 거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치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에 반해버린 나르시스같이 이 생물체도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에드리언 브로디, 클리브는 자신의 피조물에 순간적인 매혹을 느낀다.
사리분별이 있으면서 추진력이 있는 과학자이면서 인간으로서 감정에 흔들리는 심약한 인물을
현실감있게 연기한다.

 드렌 역의 Delphine Chane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