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에의 찬양 Coffee and cigarettes


Date de sortie cinéma : 7 avril 2004

Réalisé par Jim Jarmusch
Avec
Roberto Benigni, Steven Wright, Joie Lee, Cinqué Lee, Steve Buscemi , Iggy Pop
,
Tom Waits , Cate Blanchett , Renée French , Alex Descas

커피만으로 달콤할 수는 없었다. 그 옆에 설탕을 넣거나 우유를 넣으면

알맞은 온도와 색깔의 커피가 된다. (<르네> 편)

 

그러면 그 옆에 앉은 사람이 말을 건다. 그것은 담배연기가 주변에 퍼지듯이, 

친밀함은 마주 앉은 상대방을 긴밀하게 연결시킨다. 

그 둘은 때로 친밀했다. 그러나 담배 한 개피가 짧아지는 시간동안

사소한 말 한마디로 어색해진다. 미국디자이너가 심심하기 때문에 영국디자이너가 좋다고 하는 

배우는 갑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친척이라고 반기는 남자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남자가 유명인사와 친한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지금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너무 속보이는 것일까요?"

 

자신의 얕은 수를 드러내며 자좀심을 구긴 배우의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가르쳐줄만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 좋아보이는 그 남자 왈.

"...네."

 

한편, 같은 핏줄이지만 너무나 다른 두 여자(케이트 블랑쉐가 1인 2역)의 오고가는 말 속에

느껴지는 불편함도 커피잔에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지속된다.

 

이런 에피소드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좀더 모호한 스토리의 에피소드가 나오면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유로운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영화의 첫 에피소드에는 로베르토 베니니는 그 특유의 산만한 캐릭터로 관객을 반긴다.

그리고 상대방과 이상한 약속을 한다. 치과 치료를 대신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검진약속을 대신하는게,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스티브 부세미가 웨이터로 나오는 에피소드는 보다 어색하기에 더 현실에 가깝다. 그가 연기

한 인물은 서빙에 서툴고 손님들 옆에서 재미도 없이 엘비스의 쌍둥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눈치없는 

웨이터다. 주인에게 안들키고 농땡이를 피우기위해 시간을 때우는 그런 사람이다.

처음 보는 손님에게 변죽이 좋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그 옆의 절묘하게 같은 순간에 다른 대답을 하는 두 쌍둥이가 있다. 

그 인물들과 간단히 설정된 상황이 일상의 순간들 사이에 비어있는 틈새를 기억나게 한다.

 

그러나 단순히 추억에 그치기에 씁쓸했던, 그러면서 웃기는(박장대소가 아니라 피식하고 웃게되는) 

순간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 '커피와 담배' 주변에서 펼쳐진다. 11개의 이야기에서 각각의 배우

는 그 자신이 이전의 영화에서 선보였던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마치 그 전작에서 편집

된 한 꼭지를 따로 보는 것과도 같은 기분을 느낀다.  

 

<커피와 담배>이 영화의 흑백의 미장센의 수직촬영은 다소 생경한 영상을 선사한다. 난잡하게 놓인 여러 물건들, 커피포트, 비스켓이 좋인 접시, 설탕, 우유그릇등이 그대로 노출되는 가운데

진한 블랙에 가까운 커피는 이 무질서에 주요한 포인트가 된다. 찰랑거리는 그 갈색 물결과 함께

진실되고 부드러운 냉소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