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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6 바데르 마인호프_Der Baader Meinhof Komplex_Dessin#2.

바데르 마인호프_Der Baader Meinhof Komplex_Dessin#2.

제작년도: 2008
감독: Uli Edel
출연: Martina Gedeck, Alexandra Maria Lara, Bruno Ganz...


당신은 저렇게 고전적으로 폭발하는 차를 본 적이 있는가? 
작은 돌로 포장된 도로는 멀리서 난사된 빛으로 회백색의 윤곽이 조금 드러난다. 차례대로 열지어 있지만 답답하지 않은 창문과 문도 보인다. 빛바랜 담갈색의 건물과 지면이 닿는 면적으로 풀색이 옅게 보인다.
그리고 쾅!


시위를 하던 무리 중 한명을 경찰들이 연행해 취조실에서 린치하는 장면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장면을 모사하려고 한 것은 어쩌면 나 스스로 독일식의 절제된 모더니즘에 급격히 친밀감을 느낀 탓이겠다. 얼마전 대림미술관에서 하는 디터 람스(Dieter Rams) 전시에서도 보았듯, 독일식 디자인은 우선적으로 재질과 기능에 충실한 듯한 인상을 가진다. 여기에는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하는 그네들의 기질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이 분명 화면 안에 작용하고 있다. 만약 아랍계 포목상인에게서 고급 양탄자를 살 수 있다면 충족감이 이와 비슷할까? 날실과 씨실이 서로 조응하며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바데르 마인호프. 그들의 사정은 솔직히 그 화면보다 매력이 없다. 그들의 비극적 상황, 감옥에 구류된 상황조차 그렇다. 우리나라의 감옥같이, 큐브의 중립적 공간이 아니라 그 성격과 감정까지 공간은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서재 위 두터운 매스는 무게감을 위로 향하게 하여 보다 공간이 가벼워보인다. 한편, 출입문과 서재에 이어진 개인공간 사이에 가림막이 보인다. 보잘 것 없는 최소한의 공간에서도 최대한의 공간적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의 전통 한옥에서도 이런 가림막, 가림벽 구조는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주로 밖에서 안채로 들어갈 때 남녀간의 내외를 겸해서인 경우가 많았으며, 이런 근대적 공간처럼 '개인'을 그 중심에 두고 한 경우는 아니었다. 
어쨌든, 다시 화면으로 돌아오면, 리놀륨바닥은 그 재질감으로 인해 사물을 반사한다. 그래서 물그림자가 질 때처럼, 좀더 심미적인 영상을 만들 수가 있다. 

독방에 감금된 전직 기자. 그녀의 푸른 원피스. 미세하게 기울어진 화면. 그에 맞는 불안한 심리...
감옥이 전하는 간소한 물품. 저기에서 빨간 색이냐 파란 색이냐 개인취향을 따지는 것만큼 우스운 건 없을 것이다. 문득, 저 공간은 내가 예전에 잠깐씩 필요에 의해서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살아야 했던 고시원을 떠오르게 했다. 물론, 나는 자유의지로 잠깐씩 그 동굴로부터 피신해서 있을 수 있었다. 공간의 협소함은 단지 불편함보다 그 이상이다. 불편한 것은 귀찮음과 분노와 짜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공간 안에서 느끼는 그 협소함은 무력감, 절망감, 자책감과 이어 자괴감마저 부른다. 그것도 차례대로가 아니라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대로 땅바닥으로 함께 푹 꺼져버릴 것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분노보다 그래서 훨씬 공포스럽다...그래서 방의 넓이는 단순히 수치라기보다 그 센티미터 하나하나에 의해 생의 에너지가 좌우된다.  


영화는 곳곳에 디자인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니, 그런 이야기가 들린다. 물론 혁명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을 말할 때에도 보다 중립적인 입장이다. 혁명집단의 행보를 좇지만 결코 그들을 동경하는 투가 아니며, 때로 영화는 그들이 쉽게 기분에 좌지우지되기도 하였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들을 '영웅화'하기에 앞서,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잊지 말아야 할 시대정신이 있었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내가 애초에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프랑스의 68혁명에 연관이 있을 당대의 역사적 화두에 관심때문이었지만, 정작 딴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경우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보다 명료하게, 인상적이며, 낯설지 않고, 동시에 생경한 느낌을 주는 이 영화의 미장센과 화면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