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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24 한국 사회의 유령 2

한국 사회의 유령

감독 봉준호의 기생충 Parasite 에 이번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이 돌아갔다. 국제적 협업으로 만들어진 두 편의 장편 (옥자 Okja, 설국 열차 Transperceneige) 이후에 49세의 봉감독이 살인의 추억 ( Memories of Murder) 의 본고향으로 돌아간 것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 인터뷰는 칸 영화제 주간에 5월 8일에 진행되었고, 본지의 6월 호에 실린 글임을 밝힌다.

 

꽤 오랫동안 본국에서 촬영을 하지 않았는 데요. 한국이 그립지 않으셨나요?

옥자 Okja, 를 찍을 때, 30% 의 대화가 한국어로 이뤄졌었죠. 사실상, 마더 Mother 이후에 100% 한국어로 이뤄진 영화를 찍은 지 거의 10년 되어가는 것 같아요.  국적은 상관이 없어요. 설국 열차 Transperceneige 당시에, 남궁민수와 유나 캐릭터는 한국인이었죠. 옥자 Okja,  당시에는 절반 가량 강원도에서 촬영을 했었구요...기생충 Parasite 은 장소나 언어가 중요하다기 보다, 순전히 한국적 분위기가 나도록 하는 게 중요했죠.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상했나요?

영화를 끝내는 거는 수년이 걸리는 데 반해 처음 시작점을 찾기란 어려워요. 오래 된 상처같은 거죠 : 어떻게 다쳤는 지 더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요. 어느날 영화가 우리 집에 찾아오는 것 같아요. 2013년도 겨울 동안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절반 동안은 분명한 동기가 있었죠 : 가난한 4명의 가족일원이 부잣집에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이후에 아주 곤란한 상황이 벌어진다. 2017년 가을에 시나리오 후반부를 작업했죠. 처음에 제목은 기생충이 아니라, 데칼코마니 Décalcomanie 였어요. 왜냐하면 빈자와 부자가 대칭적으로 위치해있기 때문이죠. 기생충은 보다 빈곤한 가정을 반영한 제목이죠.

 

미장센을 볼 때, 감독분이 시나리오를 쓴 것처럼 그림을 직접 그린 듯 굉장히 상세한 묘사가 두드러지는데요.

왜냐하면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요. 물론, 시나리오에 어떤 형태를 주는 게 필요했죠. 제작자와 의논을 하려면요. 이미지들이 머릿 속에 있었고, 글을 쓰면서 펼쳐 놓기 시작한 거죠. 먼저 아트디렉터와 시나리오 작업 전에 이야기를 했는데, 주방이나 거실, 혹은, 지하실에 관해 아주 분명한 묘사가 필요했어요. 예를 들면, 왼쪽 카메라가 돌면, 관객은 어떤 이미지를 보게 될 것인가? 이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 겁니다.

 

두 가정을 구성하는 기준이 무엇이었나요?

우선, 선과 악을 분리해서 나누는 것을 원하진 않았어요. 이 두 가정은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 있죠. 그냥 우리 삶 처럼요. 다른 영화에서 가족에 대해 말했는데, 마더  Mother 에서는 아버지가 부재했고, 엄마와 아들 뿐이었죠. 그리고 괴물 Host 에서는 엄마 없이 딸과 아버지만 있었죠. 가족에게는 항상 결핍이 있었고, 그 결핍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반대로, 기생충 Parasite 에서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있지만 : 엄마, 아빠, 아들, 딸. 이 두 가족의 사회적 격차가 가장 차이나는 점이죠. 이 점이 영화의 동력이 되었어요. 이 보통의 사람들이 만나면서 사건이 만들어지고, 비극이 탄생되는 겁니다.

 

배우 송강호 씨와 오랫동안 작업을 해오셨는데요. 기생충 Parasite 에서 어떤 점을 요구하셨나요?

이전에 작품에서는 상당 부분 즉흥적인 게 있었는데, 물론 시나리오의 범주 안에서요. 가장 경이로운 점은 그가 표현하는 감정들이예요. 예를 들어, 홍수 신에서 그가 집을 떠나면서 표현했던 얼굴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슬픔이었죠. 유일하게 그만이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디렉팅을 하긴 했지만, 그가 보여준 연기의 완성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주 좋은 배우예요. 줄곧 축구 선수 지단Zidane 이나 플라티니 Platini 가 떠올랐는데, 모든 배우들이 훌륭하긴 하지만, 지단이 그러듯이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는 것은 배우 송강호라고 보는 겁니다.

 

기생충 Parasite 에서는 사회계층이 와해되는 게 보여지는데요. 감독님이 현재 한국에서 느끼는 바입니까?

프랑스에서 질레존 gilets jaunes 운동 으로 보았듯이 빈부층 균열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죠. 자본주의 체제에 종속된 세계에 살아가는 사회 문제들이죠. 점점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고 상황을 바꾸는 게 어렵죠. 300년 이후에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에 사회상이 저랬을 거라고 여길 거라는 상상을 해요.

 

김씨 가족은 정치적 견해가 없어보이는데요.

맞아요. 가족 이외에 연대의식이란 개념이 없죠. 어떤 부분에서는 박 사장을 존경하는 면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사회계층이나 잔혹한 현실의 실체에 대한 의식이 없기 때문에 비극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는가? 아마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 수도 있는 거죠.

 

집이 마치 유령의 집같은데요...

영화 속 부잣집을 자본주의 체제의 상징으로 여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빈자가 유령이나 기생충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죠. 어느날 문득,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존재요. 그래서 슬프면서 고독해보이는 겁니다. 유령처럼요.

 

최근에 부상하는 한국 신부유층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오는 뿌리나 전통이 없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그들이 본인들의 집에 살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데요.

맞아요, 많은 신 부르주아층이 젊고 시크하지만, 그들 자신의 위치에 부자연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그들이 입고 있는 옷 조차도 남의 옷을 빌려입은 것 같죠. 영화의 인물들이 돈이 많다는 설정만으로는 부족했어요. 끝없이 그들의 집이 한 유명한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다는 사실이 환기가 되죠. 집에 장식들도 미니멀한 유행을 따르고 있어요. 주방, 욕실, 거실등 모든 것이 허세에 차있죠. 시간이 지나도 성숙해지는 건 아니고, 모든 게 인위적인 거죠.

 

어떻게 박사장과 그의 아내를 구현하신건가요?

연교(조여정 易) 은 일찍부터 결혼한 후에 가정주부로 평탄한 삶을 살았죠. 여타 순진하거나(속기 쉬운) 젊은 부르주아처럼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누구에게도 속지 않는 다고 믿는 거죠. 그러한 그녀 덕분에 이야기가 진전이 되고, 김씨 가족이 집을 점령하게 되죠. 많은 한국 부르주아층 여성들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죠.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이상한 점이 있죠. <<만약에 남편이 알면, 나를 찢어죽일 거야>> 마치 그녀가 남편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 사는 것처럼요. 그가 집에 오자마자 그녀가 물어보죠. << 뭐 잘못된 거 있어?>> 그런 그녀의 초조함덕분에 김씨 가족이 이 집에 스며들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쇼파신에서 보면, 가난은 성욕을 자극하는 가치인가요?

박 사장은 냄새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고, 자동차에서 발견한 싸구려 팬티에 대해 말하죠. 이런 말은 사람들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이죠. 문제는 아주 가까이에 김씨 가족이 있다는 겁니다. 사회적으로 아주 거리가 먼 계층이지만 이 순간에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죠. 박 사장이 말하는 모든 것들이 김씨 가족에게는 삶의 비통함을 느끼게 하는 것들입니다.

 

그들은 또한 미국에 집착하는 듯한데요. 

결국 그 또한 허세의식에 한 부분이예요. 엄마는 영어단어를 사용하고, 미국 잡지에 나오는 한 페이지처럼 주변을 꾸미죠. 그들 스스로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며 보여주는 방식이죠. 엄마는 미국에서 아들의 장난감을 주문하고, 인디언 화살이나 텐트같은거요.

 

인디언이란 설정은 꽤 중요한 것 같은데요.

부자아들은 인디언 덕후죠. 박씨 가족은 이 문화코드를 아들의 생일파티에 들여와서, 운전수인 송강호에게 인디언 머리 장식을 강제로 하게 하죠. 인디언은 희생자이자 사라진 문명을 상징해요. 그들의 유일한 흔적은 미술관에서나 보는 거죠. 미국인은 그들을 위해 일종의 <<보호구역>>을 만들었지만, 실상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패션모드나 실내 인테리어에서 차용될 뿐이죠. 무서우면서 슬픈 일입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빈곤층은 투명인간이 되거나 인디언처럼 사라질 겁니다.

 

홍수 범람씬은 어떻게 촬영하셨나요?

일단 수영장 같은 거대한 저수지를 구축했어요. 빈민가와 김씨 가족의 집은 그 내부에 지어진 거죠. 그 안에 물을 채우고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어요. 원거리 촬영 이미지는 합성을 한 겁니다. 수륙양용 카메라를 사용해서 수면 아래에서도 촬영하도록 했어요. 저수 바닥이 송강호의 집이기도 했죠. 집이 반지하니까요. 그래서 수위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그의 집이 잠기도록 했어요. 그의 턱 밑까지 물이 차오르는 정도로요.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이 인상적인데요.

소년의 엄마가 가정부를 해고하는 장면이죠. 부자집 아이들은 줄독 혼자일 때가 많아요. 영화 속 소년은 가정부와 인디언 놀이를 하곤 했죠. 엄마는 아들을 아주 걱정하지만, 정작 스킨쉽이나 어떤 애정표현을 하지 않죠. 소년은 가정부가 해고되는 장면을 보면서, 여전히 혼자 이죠. 그의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햇빝을 이용해서요. 그래서 카메라 감독에게 디렉션을 하기를 : 고독한 소년의 초상을 표현해달라 는 거였죠.

 

김씨는 영화 후반부에 아주 멀어지는 하는데요. 마치 추방자처럼요. 아들이 그 집을 산다는 꿈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맞아요. 재미있는 것은 그 아들이 비현실적 꿈을 꾸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가 돈을 벌게 된다 하더라도, 설령 500년동안 번다고 하더라고, 그 집을 살 정도의 부는 축적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의식이 없어보이고, 아버지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죠. 영화를 이상하고, 비현실적이고, 무언가 그런 느낌으로 끝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너무 비관적이진 않게요. 아들이 가지는 확신과 낙관주의는 무언가 수수께끼 같은 면이 있죠.

 

스테판 뒤 므닐도 Stéphane du Mesnildot

5월 8일. 유선 인터뷰. 번역 서승희 

본문 

2019년.6월 N#759

Cahiers Du Ciné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