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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근무지까지 4,5km되는 거리라 자전거로 출퇴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장지로 오기 전까지 중고자전거를 찾고 있었다. 중고 자전거는 가격이 천차만별이겠지만, 계속 매물을 보다보니 50유로에서 100유로, 급기야 150유로 지탄 도시형 자전거를 찾게되었다. 

정작 출퇴근은 동료 통역사와 카풀을 하게 되어 해결되었지만( 왜냐하면 출퇴근길이 공사중이라 막혀있거나 중간에 움푹 꺼지기도 해서 도로가 소실되어 안전사고가 날 것 같음; 파리시내의 팬시한 자전거도로와 거리가 멀다), 아침에 출근 전 헬스장을 다녀올 요량으로 구매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판매자에게 연락을 하고 시간을 정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근무지 작업자들의 숙소일정이 꼬여 동료 통역사와 같이 조율하느라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어쩔수없이 시각을 미루기를 몇번을 거듭한 후에 결국 취소하고 다음날로 구매 하기로 했지만 그 다음날 역시 직원 출입증 문제로 퇴근시각이 불투명. 하지만 또 다음날로 미루자니 미안하고 무엇보다 그 다음날이라고 해서 정시퇴근이 될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늦게라도 가기로 했고 다행히 판매자도 그러자고 해서, 저녁 8시반 집에 도착해서 9시반에 약속장소로 가겠다고 한다. 그전에 주변 헬스장 등록을 하려했기 때문이다. 

 

등록까지는 못하고 시설만 둘러보고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달려간다. 벽돌건물들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시선이 느껴져서 2층에 열린 창문으로 할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 bonjour 봉주르 

자전거 사러 왔어요

 

대답없이 표정변화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머쓱해진 나는 주인이 나오길 기다린다. 대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어린 소녀와 방금 창문의 그림자로 인사한 할배다. 몇초간 정적이 흐르고 자전거를 보도록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문턱을 넘자마자 그르렁 거리는 개소리가 bgm 으로 깔리고, 한켠에는 등돌린채 pc 롤게임에 몰중한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타인의 가족에 훌쩍 던져진 모양새. 

가족이 몇년간 축적해온 불안과 소소한 행복과 잔잔한 웃음, 토마토 파스타의 냄새, 강아지털과 꼬리에 흔들리는 공기층의 통합체가 나의 몸과 정신을 잠시 아득하게 한다.

 

자전거의 기능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직접 타보고 싶지도 하자 그럼 보증이 될만한 것을 하나 두고가라고 해서 자전거를 살 현금이 든 힙색을 놓고 바깥으로 나간다.

 

아가씨, 자전거 탈 줄은 알아?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는 폼이 어쩐지 어색해보였나보다. 

할배와 어디사는지(알고보니 현 숙소 이웃이 할배 지인이었다, 역시 소도시 사회는 좁다), 무슨 일로 여기왔는지 이야기하게 되었고, 할배의 부인이 얼마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남기고 간 유품 자전거는 팔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쩌면 간단히 끝났을 중고거래지만 이렇게 짧고 강렬한 가족사까지 듣게 되니 이상한 친밀감이 들었다. 어떤 울림을

전해주었다. 어쩌면 나의 페티쉬 노란 조명이 부린 마법일 지도 모르겠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둘에게 초상그림을 그려도 되겠냐고 했고 이상하게 들릴 모를 나의 제안에 선뜻 포즈를 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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