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비 푸포 Melvil Poupaud 인터뷰 ⓐ

라울 루이즈 Raoul Ruiz 의 영화에서 연기한지 10년이 지난 멜비 푸포 Melvil Poupaud 는 그의 영화와 함께 성장했다.

꼬마 해적

멜비 푸포 Melvil Poupaud 인터뷰

《멜비, 당신은 우리가 거지에게 돈을 줄 때 3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해 : 미안하다는 것 당신을 대신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말 밖에 당신이 줄 게 없기 때문에, 2번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지.》 세번의 미안하단 말. 칠레 거장의 몰락하는 예술과 역설이 담겨 있다. 라울 루이즈 Raoul Ruiz 가 멜비 푸포 Melvil Poupaud 에게 전하는 충고는 이 배우의 아름다운 글을 엮은 책, Quel est Mon noM?(; 내 이름은 무엇인가 )에 담겨있다. 이 책은 Stock 출판사에서 출간(참조. Cahiers N# 670 )되었다. 다소 충격적인 자막이 새겨진 그 자신의 유년기 사진을 표지로 한 이 책에서, 그는 순진무구했던 과거를 돌아보고 있다 : 《우리》 이미 나이들은 사람이 과거에 멈춰서있는 듯한 이상한 순간을 말하기 위해 어떤 이미지가 좋을 것인가? 이 배우는 훌륭한 학교에 들어갔다. 그의 두 아버지는 바로, 라울 루이즈 Raoul Ruiz와 세르쥬 다네 Serge Daney [각주:1]였다. 멜비는 그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루이즈는 10살인 그에게 첫 배역을 맡겼다. 해적들의 도시 La Ville des pirates 에서, 그리고 L'éveillé du pont de l'Alma 과  보물섬L'île au trésor 에서 그는 몽상가역을 맡아 필름촬영을 함께 했다. 루이즈는 푸포의 어린시절을 지켜봐 오면서 영화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그의 주변상황과 그 자체를 허구로 창조해내갔다. 그리고 그와 함께 10번여 가까이 작업하며, 이번 가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프로젝트에도 함께 할 것이다. 멜비 푸포가 필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유머, 감정, 그리고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까지 전했다.

                                                                    N.A & S.D

마술같은 농담

우리는 가끔 만나왔습니다. 그의 친구들과 늘 말하지만 진작부터 함께하지 않은 걸 후회하죠. 하지만 그가 늘 여행 중이었으니까요. 그가 포르투칼에서 암 진단을 받을 때, 의사가 간에 황색이 보인다고 했는데, 그걸 마치 영화비평가처럼 묘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의 종양에 대해서 말하기 보다, 영화들을 말하는 것처럼요. 의사는 영화 특수효과처럼 3D로 그의 간을 스캔해서 종양을 설명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농담처럼 말하곤 해요.
 내가 놀란 점은 리스본의 미스테리 Mystères de Lisbonne 의 리뷰를 봤을 때, 그의 유머입니다. 정말 웃겼어요. 모든게 농담을 위한 것들이었죠. 마치 유태교 신비철학이나 난해한 철학, 과학들에서 단지 농담거리를 찾으려는 듯 보였어요. 하지만 현학적인 접근이라기보다 그의 관점에 대해 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의 영화에서는 지적인 것들이 느껴지지만, 항상 유머가 있어요. 무한한 영역으로, 여운을 끝없이 남기며 진행되죠 ; 머리의 뇌신경 속에서 터지는 것같은 마술같은 농담이죠. 우리의 지각을 깨우는 웃음은 무겁지 않죠. 그래서 마술같은 농담이라고 하는 겁니다.


제6의 물고기

 그의 영화 Ballet aquatique 를 만들 당시, 보부르의 세르주 보종 Serge Bozon 의 전시를 위해 1여년이 걸렸어요. 정말 거창한 농담이면서 너무나 슬픈 농담이었어요. 왜냐면 유령 물고기 이론같은 거니까요. 죽음에 대한 엉뚱한 농담이예요. 교수역을 맡은 이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죠 : 사람들에게 수족관에 몇 마리의 물고기가 있는지 세어보라고 하죠. 그러면 사람들은 세어보겠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물고기가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죠. 한 사람은 5마리라고, 다른 사람은 6마리라고 하죠. 여기에서 라울은 제6의 물고기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보거나 혹은 못볼수 있는, 이따금 나타나서 수족관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다는 거지요. 라울 Raoul Ruiz 는 이 제6의 물고기가 가끔은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그는 이런 생각을 유령 물고기의 출현 이론으로 발전시켰어요. 그는 영화를 미리부터 찍지 않아도, 항상 물고기의 두뇌구조를 가진 영화들을 발견하곤 한다는 겁니다. 한 시간짜리 소규모의 영화인데 아주 아름답고, 아주 시적이라는 거였죠.


인물-이미지

 수족관 이후에, 그는 칠레에서 그의 유년시절에 관한 영화를 찍고, 다음에 포르투칼에서 나폴레옹 전투를 다룬 영화를 촬영했어요. 거기에서 난 마세나 역을 연기했죠. 그는 임종직전 나를 침대 곁으로 불러서 베를리오즈 Berlioz의 Harold en Italie 를 듣도록 했죠. 그리고 내게 그가 좋아했던 작곡가인 조지 아리아가다 Jorge Arriagada [각주:2]에 대해 그 음악을 말하도록 했어요. 그는 이미 영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사람들은 그에 대해 별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 라울 Raoul Ruiz 를 못 본지 2년이 지나고, 리스본의 미스테리 Mystères de Lisbonne  를 위해 그를 찾아갔어요. 그 때 난 다른 영화 촬영을 막 마친 상황이었는데, 포르투칼에 오자마자 내게 의상을 입히더군요. 라울의 트레일러에 가서 조금 피곤한 상태의 감독님을 만났어요. 나를 보고는 전쟁신을 보여주더군요 : 《 카메라가 여기있고, 군대는 여기에, 너는 여기에 있어, 카메라무빙은 이렇게 할 거야. 캡틴, 갑시다! 》그리고나서 촬영을 시작했어요. 난 혼잣말로, 장면이 이런거라면, 내가 이런 식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어요 : 《 전혀 아니야 ; 그 반대라고. 》인물은 총살당할 운명이었어요. 난 전쟁이라면, 으레 긴장감이 있고 전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는 인물이 차분한 상태로, 아주 프로페셔널해야한다고 생각했죠 : 《 갑시다. 내가 어디부터 한다고 했지? 》
 라울 Raoul Ruiz 감독은 인물에 빠져있었고, 그의 의상, 장신구, 상황, 주변까지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는 연기지도를 하지 않았어요. 내가 정확한 방식으로 연기를 하면, 그는 내가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내가 반대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같았어요. 그는 절대 인물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요. 전혀 정신적인 특징에 대해 말하지 않았죠. 그는 이미지의 언어로 바라봤습니다. 인물이 이미지 자체였죠. 예를 들어 아이와 교수의 이미지에서 한 인물이 앉아있고, 한 인물은 돌아가도록 했어요.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항상 구성적이었고, 배우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내가 어떻게 입었는지, 순간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지, 악세사리를 했는지- 악세사리때문에 텍스트가 다른 맥락으로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가 중요했습니다.



괴상하게 되다
 
 라울 Raoul 이 재미있어 한 것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배우가 인물에 너무 지나치게 심리적으로 관여하면, 라울 감독은 그것이 아주 협소한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하지만 배우가 인물을 강조할 때 너무 경직되어 있으면 이렇게 말하곤 했죠 : 《 그렇게 하면, 정확히 그 반대로 하도록 시킬 거야. 》 그는 배우가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그는 시나리오와 다른 것들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죠. 그의 목표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감각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인물이 뭘 말할지, 시나리오 이외에 것들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인물은 대사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그가 편집증적으로 유리잔을 두드리면, 장면 중간에서 다른 인물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코드란 걸 알게됬죠. 
 라울 Raoul Ruiz 감독은 배우와 기술자들에게 그의 비밀을 말하곤 했지만, 한편으로 그건 안개 속에 빠져들도록 하는 방법이었어요. 중요한 건 모두 되상하게 되면서, 환상적 몽상같은 데에 놓이게 된 다는 겁니다. 프로그램을 더하기 위해 있었던 게 아니예요. 항상 현실과 겹치지 않도록 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면을 찾도록 했죠. 라울 Raoul Ruiz 는 예를 들어, 범죄의 계보학 Généologie d'un crime 같은 딱딱한 시나리오로도, 아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었습니다. 대개, 시나리오는 하나의 구실에 지나지 않죠.



한 가운데 모호한 지대

 난 해적 이야기를 들으며 유년기를 보냈죠. 무의식적으로 그 이야기가 나를 성장시킨 셈이예요. 어렸을 때 봤던 이미지들을 다시 생각하는 방식을 보면 그렇죠. 예를 들어, 두건을 쓰고 있는 이미지가 많이 생각나요 : 대상을 향해 렌즈를 설치하면, 모호한 지대가 항상 있죠. 직선상 외곽으로 비껴가 감춰진 부분입니다. 그는 이러한 모호한 지대를 너무도 좋아했어요. 그는 다른 연출가와는 매우 다르게 빛을 조율했습니다. 카메라감독에게 도전하도록 하면서 불가능한 장면을 요구했죠. 그가 이러한 모호한 지대를 표현하는 것은, 부조리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이런 지대에 시정이 있기 때문이예요. 그 장면의 진실이 거기에 있는 데도 사람들이 굳이 감추려고 하는 그런 시정이죠.


라벤더향 안개

 난 유년시절의 촬영 당시 이미지, 기술자들의 말버릇, 감각, 향기등을 기억합니다. 정말 한 배를 탄 선원들 같았어요. 나무갑판으로 된 배를 타고 지옥을 항해하면서 정박할 곳을 찾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막연한 것을 하기 위해, 라벤다향을 피우면 사람들이 콜록거리며 숨을 잘 못쉽니다. 모두가 라울의 팬이고, 그가 하는 건 뭐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요 : 변장하고, 한밤의 묘지에서 해골을 파내거나, 장면을 위해 땅을 팝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로 그에게는 삶을 마술로 바꾸는 하나의 구실입니다. 그는 촬영지에서 사람들을 밀어붙이는 방법을 알았고, 인물들에게 변화를 유도했어요. 자동차 사고, 죽음, 드라마, 충돌, 전투, 괴물등이 있었죠. 그가 나를 보호하긴 했지만, 동시에 실제로 일어나는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아이 라울, 성인 라울

 그는 유년기에 대해 매료되어있었고 나를 통해 그것을 현실화시켰습니다. 난 전작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조금은 실망해있었어요. 그와 거의 10년가까이 작업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는 청소년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의 영화에 청춘은 없어요. 그는 아이, 혹은 성인을 선호하죠. 게다가 청년 라울 Raoul Ruiz 는 전혀 상상할 수 없어요. 오직 아이이거나, 성인일 뿐이죠.
 나는 1994년에 그와 다시 영화를 찍기 시작했어요. Fado majeur et mineur 에서였죠. 정말 슈퍼 필름이었어요. 그는 각기 다른 시기에 나를 불렀지만, 난 그의 배우가 된 느낌을 받았어요. 내가 그의 영화에서 중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항상 그를 실망시킬 까봐 두려웠고, 촬영 때도 늘 불편했어요. 그렇게 그를 좋아했고 내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예요. 

 
  
                  ...멜비 푸포 Melvil Poupaud 인터뷰  ⓑ에 계속...





출처  :  CAHIERS DU CINéMA #671. 2011.10
기사  :  Nicolas Azalbert & Stéphane Delorme
번역  :  PLONGEUSE ( 잠수부 ).[작성. 2012.02.08]
  1. Serge Daney (June 4, 1944 - June 12, 1992) was an influential French movie critic who went on from writing film reviews to developing a “television criticism” and onto building a personal theory of the image. Although highly regarded in French and European film criticism circles, his work remains little known to English-speaking audiences, largely because it has not been consistently translated. [본문으로]
  2. Jorge Arriagada (born 1943 in Chile) is an award-winning composer for film. He is perhaps best known for his long time collaboration with director Raúl Ruiz. He has also worked with directors like Patricio Guzman, Barbet Schroeder and Olivier Assaya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