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 로흐바허 Alice Rohrwacher 인터뷰/까이에 뒤 시네마 cahiers du cinéma
시선으로의 여정
알리스 로흐바허 인터뷰
키메라에서 감독님은 영화적 재료를 아주 자유롭게 다루면서 분명한 서사가 보입니다. 혹은 반사적 거리를 두면서 마치 서커스에서처럼, 관객과의 공모를 하는 듯한 인상이예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생각들이 보이는데요.
정확히 제가 생각하는 부분이예요: 영화에서 배우들이 노래할 때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그와 함께하도록 하는 거죠. 관객의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눈높이에서 존재하는 겁니다. 영화기술적으로 고고학이 영화의 어떤 부분에서 드러나야 할 지도 직관에 따랐습니다. 촬영감독인 엘렌 루바 Hélène Louvart 와 함께 여러 다른 포맷의 필름을 삽입하려 했어요. 이러한 다양성을 통해 관객이 시선으로의 여정을 떠날 수 있도록 한다고 느꼈거든요.
한편, 카메라 자체가 한 인물같기도 한데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인데, 이런 생각은 어떻게 했나요?
사실, 카메라는 보이지 않는 게 아니라 이야기의 한 부분이예요. 시나리오를 쓸 때 이미 결정된 부분이었죠. 리허설 때, 몇부분을 바꾸긴 했지만 큰 줄기는 같아요. 배우들에게 어느정도 거리감을 가지기를 요구했어요. 그래서 배우들이 아닌 카메라가 내면의 이야기를 말하도록 했어요. 저는 종종 연기가 처음인 배우들과 작업하는데, 대사를 노래 가사처럼 혹은 기도문처럼 외우도록 해요. 의도없이 외우는 거죠. 그러면서 공동의 음율을 찾습니다. 이자벨라 로셀리니 가 만족했어요 : 이전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굉장히 즉흥적이었어요.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죠 : <<사실 당신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예요>>. 뮤지컬 적인 면이 있어요.
주연배우인 존 오코너 Josh O’Conor (The Crown, Seul sur terre)와 캐롤 두아르테 Carol Durate 는 어떻게 캐스팅 되었나요?
굉장히 오랜 시간을 숙고한 끝에, 동시에 운명적이었죠. 아뤼튀르 역으로 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상상했어요. 몇몇을 만났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끝까지 가지 못했어요. 어느날, 조쉬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행복한 나짜로 를 보고 나를 만나고 싶어했어요. 그를 만난 날, 아뤼튀르는 그여야만 한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그는 아주 젊지만 무언가 고대의 느낌이 있었어요. 인물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선택에 만족해요. 아뤼튀르는 시간의 흐름에 벗어나 있는 인물이거든요…그래서 아마 사랑이 그에게 큰 의미를 거예요. 우리 모두 청춘일 때 사랑의 크기가 더 크잖아요. 캐롤 두아르테는 카림 아이노우즈 Karim Aïnouz 의 인비저블 라이프 La vie invisible d’Euridice Gusmao 에서 처음 보고 마음에 들었는데, 그녀가 적역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편 코미디적 요소로 만들어지는 영화에 출연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유머는 영화입문하는 관객에게도 이 영화가 쉽게 받아들여지도록 하는 듯 한데요, 비록 여러 실험적인 시도가 있지만요. 감독님의 의도인가요?
영화는 죽음에 대해 말하니까 마냥 웃을 수 없는 잔혹한 면이 있어요, 아뤼튀르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않고 낭만 영웅의 열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물질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낭만주의자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스운 거예요. 그런 희극적 대조감에서 유머가 나옵니다.
감독님이 형태를 구축하는 방식이 영화적이기보다 예술에 가까운, 혹은 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만.
맞아요: 뭔가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기 보다 생생히 살아있는 것을 하려해요. 과거에 뿌리가 있다면 더 좋은 거죠. 시는 보다 자유롭게 형태나 삶과 분리된 요소들을 찾을 수 있게 해요. 처음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죠.
시에서처럼, 키메라에서는 상상과 현실의 분리가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또 다른 주요 요소 중의 하나예요: 시는 항상 미스테리한 공간을 남겨두죠. 시를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어렸을 때 학교에서 시를 달달 외우도록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나의 세계를 가장 구축하도록 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엄청난 시를 배웠고, 십여년이 지나고나서야 머릿 속이 환해진 거죠. 씨앗을 먹었는데, 나중에 어느 순간 큰 식물이 된 것같이요. 영화가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이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손안에 씨앗을 쥐고 간직하는 겁니다. 궁금함은 내버려 둔채 말이죠. 모든게 이해되는 순간이 오거든요. 관객으로써 매번 다른 버전으로 이해되는 영화가 좋아요. 요즘에는 서사가 점점 주요한 위치에 놓이는 것 같은데, 저한테는 미리 스포일러 하는 게 불쾌하지 않아요. 요정이야기도 마찬가지죠. 여러가지 버전이 있고, 서사 자체보다 풀어가는 방식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영화 초반에 이야기가 안좋게 끝날 거라고 이야기하는 인물을 놓은 겁니다.
감독님 인생에 시는 얼마나 주요한가요, 현재도 계속 시를 읽습니까?
마음으로 시를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이미 이해했거나 좋아하는 시를 선택하려고 한다는 걸 깨닫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받고 있어요. 가끔은 감흥이 없어서 힘들지만 또 한편 울림을 주는 기도 있죠. 키메라에서 많은 시들이 중요해요. 릴케의 <<오르페우스, 유리디스, 헤르메스 >>가 그렇고ㅡ <<갱이 영혼을 노래한다C’était les mines enchantées des âmes>>로 시작하는. 아뤼튀르의 경우 크리스티나 캄포 Christina Campo 의 시가 있는데 이렇게 시작하죠: <<두 세계가 있다. 나는 다른 곳에서 왔다>> 어떻게 이 구절을 이미지화 시킬 수 있을 까 싶었어요. 결국 가장 간단한 방식을 택했죠. 카메라를 뒤로 돌리는 것이요. 촬영당일 결정한 겁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음악도 이런 시정에 한 몫하는데요 : 음악의 선택은 전혀 뜻밖이었어요.
영화에는 세 단계의 음악이 있어요. 우선 1980년대, 상업적인 것보다 덜 정치적이었던, 음악이예요. 아뤼튀르와 오르페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아뤼튀르의 운명씬에서 몬테베르디 Monteverdi 의 오르페오 L’Orfeo 를 넣었어요. 영화에서 스페셜 게스트처럼 트루바두르troubadours가 노래하는 씬이 나오죠. 누군가 도덕적이며 집단적인 관점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게 내가 되어선 안되었죠. 톰바롤리 tombaroli 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의 말하는 방식에사 신화적 느낌을 받았어요. 그게 제가 바라는 느낌이었구요.
이번 달 12월에 <<Bar Luna>> 라는 타이틀로 감독님의 영화를 상영하고 전시도 퐁피두 센터에서 하는데요, 어떨 것 같나요?
하나의 의문점에서 시작해요 : 무엇이 세계를 연결하는가? 바에서 시작하는 여정이죠. 이 장소는 내게 특별한데, 우선 감히 들어갈 용기가 안났던 곳이고, 늘 남자들로 가득차있었으니까요. 한편 어린 시절, 톰바롤리 이야기를 듣던 곳이기도 하죠. 츄잉껌을 사러갔다가 몰래 숨어서 듣게 된거죠. 그래서 내게 이 바는 여정의 시작문이예요. 뮤타 이마고 Muta Imago 와 작업을 했고, 전시 중 몇일은 직접 관객들과 만날 생각이예요 : 여행은, 일반적으로, 길을 잘 아는 사람과 하는 게 좋죠. 하지만 혼자 해도 괜찮아요. 이 여행은 지상으로 하는 여행, 우리의 도착지가 될거예요. 움직이는 이미지, 신체적 요소, 소리 등등을 통해 나의 내면의 공간을 통한 작업 과정을 함께 나누는 여행이 될 겁니다.
올리비아 쿠파 하지안 Olivia Cooper-Hadjian
파리.
2023.11.16
출처 : cahier du cinéma #804.
불한번역 : 잠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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